원격조종 탐사선이 망간단괴가 껄린 해저 바닥을 횡단하고 있다. <NOAA>
미국이 심해 광물 채굴을 위해 미국령 사모아에서는 임대 후보 구역을 좁히는 단계(Area ID)를 완료했고, 북마리아나 제도에서는 광물 개발의 초기 단계인 정보 수집(RFI)을 시작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본격화했다.
심해 망간단괴 개발을 통해 핵심 광물을 자체적으로 수급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이 2025년 11월 10일 `BOEM 미국령 사모아 및 북마리아나제도에서의 심해 광물 채굴 추진'(BOEM Advances Offshore Minerals Planning Efforts in American Samoa and the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발표는 미국의 태평양 외곽 대륙붕(Pacific Outer Continental Shelf, OCS)에서 핵심 광물 개발을 위한 계획을 진전시키는 중요한 단계임을 알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제조업, 국가 안보 및 경제 회복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BOEM은 설명했다.
BOEM은 아메리칸 사모아 외곽 대륙붕(OCS) 지역에 대한 지역 식별(Area Identification, Area ID)을 완료했다. 이는 상업적 임대를 위한 제안 구역에 대해 환경 평가(Environmental Assessment, EA)를 수행할 특정 해역을 결정하는 절차다.
이제 다음 단계인 국가 환경 정책법(NEPA)에 따른 환경 영향 분석을 시작하게 된다.
BOEM은 이와함께 북마리아나 제도 외곽 대륙붕 지역에 대한 정보 및 관심 요청(Request for Information and Interest, RFI)을 발표했다.
이 요청은 잠재적인 임대 계획에 대해 대중, 이해관계자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RFI는 2025년 11월 12일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되며,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가진다. BOEM은 접수된 정보를 평가한 후, 지역 식별과 같은 추가 단계로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들 지역의 대륙붕은 니켈, 코발트, 구리, 희토류 원소 등 전기차, 청정 에너지 저장 및 방위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포함할 잠재력이 있다.
BOEM은 이러한 자원의 국내 공급망을 개발하여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령 섬
아메리칸 사모아와 북마리아나 제도는 모두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령 섬들이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남태평양, 하와이 남쪽, 뉴질랜드 북동쪽에 위치한다. 사모아 독립국 동쪽에 있는 군도들이다. 적도와 가까운 남반구에 위치한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서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지역에 위치하며, 필리핀과 일본 사이에 있다. 괌의 북쪽에 있는 군도다.
북반구에 위치하며,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 근처에 있다.
국제 규제 마련은 더딘 상태
미국 외에 다른 주요 국가들의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움직임은 국제 규제 마련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진영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주로 핵심 광물 확보 경쟁과 해양 환경 보호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심해 광물 채굴 활동을 관할하는 주요 국제 기구는 유엔 산하의 국제 해저 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이다. ISA는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에 따라 국가 관할권 밖의 해저 자원 활동을 규제하고 환경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ISA는 2024년까지 채굴을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잠정적으로 2025년에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각 국가들의 입장은 크게 찬성 그룹과 금지 그룹으로 나뉜다.
중국은 심해 광물 채굴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ISA 탐사 허가(Polymetallic Nodules, Polymetallic Sulphides, Cobalt-rich Ferromanganese Crusts 3가지 모두)를 획득한 소수 국가이며, 2023년 ISA 이사회 회의에서 심해 채굴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논의를 저지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심해 광업 진출을 준비 중이며,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노르웨이는 자국의 대륙붕 해저 광물법을 제정하는 등 국내 관할 해역 내에서의 심해 채굴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심해 채굴에 대한 전면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은 과학적 이해가 개선될 때까지 채굴 활동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국가들을 주도하고 있다.
피지, 팔라우 등 일부 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양 생태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심해 채굴에 강하게 반대하며 모라토리엄을 지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총 32개국이 모라토리엄을 요구하며 국제적 압력을 높이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안한 미국
이러한 국제적 논의 속에서 미국은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을 비준하지 않은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ISA 회원국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ISA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우회하여 자국 법률(DSHMRA) 하에 미국 시민의 심해 광물 채굴을 추진하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제법과 국제 질서에 대한 도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