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구에서 번성하는 박테리아 군집을 확대해서 본 모습. 두 녹색 레이저 포인트 사이의 거리는 9cm로, 해저에서 볼 수 있는 고밀도 미생물 구조의 크기를 보여준다. (EXTREME25 촬영)
북극해 해저 2700미터 깊이에서 뜨거운 유체를 방출하는 해양화성복합체(海洋火成複合體,OCC, oceanic core complex)가 발견됐다.
이 발견은 열수, 심해 생태계, 그리고 북극 지질학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견된 OCC가 비생물적 메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지는데, 이 비생물학적 메탄이 초기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가설로 이어진다.
우즈홀연구소(WHOI)는 2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북극대학교가 주도하고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화학자와 엔지니어를 포함한 국제 과학자 및 학생팀이 북극 해저에서 넓게 퍼진 열수 분출지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요한 발견은 연구선 크론프린스 하콘(Kronprins Haakon)호를 타고 진행 중인 EXTREME25 탐사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첨단 원격 조종 잠수정(ROV ÆGIR 6000)을 이용하여 그린란드와 스발바르 사이의 해협인 프람 해협을 탐사해 왔다. 탐사 과정에서 연구팀은 해양화성복합체의 단층 경사면을 따라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넓게 퍼져있는 열수 분출지역을 발견했다.
WHOI에서 개발한 메탄 센서를 현장에서 사용하여 유체 내 메탄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위치와 지질학적 특성이 생물체의 존재 없이 생성되는 비생물적 메탄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WHOI의 버킷-그레이 책임연구원은 "ROV ÆGIR에 센서를 배치함으로써 이 분출구에서 방출되는 메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성분을 근원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센서들을 현장에서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이면의 과학적 연관성을 즉시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WHOI 과학자 안나 미셸과 엔지니어 제이슨 카핏은 해양 환경에서 이러한 가스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SAGE 메탄 및 이산화탄소 센서를 개발했다.
이 놀라운 발견을 기념하여, 이 분출구는 예지력과 지혜를 상징하는 북유럽 신화의 여신 프리그의 이름을 따서 '프리그 분출구 지대(Frigg Vent Field)'라는 이름으로 명명될 예정이다. 이 분출구는 수심 2700미터에 위치하여 북극 해저의 흥미로운 지질학적 현상을 보여준다.
프리그 벤트 필드는 지구 초기 생명을 볼 수 있는 창문
이 지역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암석의 균열에서 분출되는 유체다. 연구팀은 단층 경사면에서 유체가 해저 여러 지점에서 직접 분출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암석의 화학적 성질과 구조는 생물학적 물질에서 유래하는 대신 물과 암석의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비생물학적 메탄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발견은 초기 지구에서 벌어졌던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OCC에서 맨틀과 하부 지각 암석은 단층 작용을 받아 해저에 노출돼 미생물이 최초로 생존했던 환경과 유사한 화학적 환경을 조성한다. 현장에서 관찰된 반짝이는 유체는 과학자들이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하고 지속되는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발한 지하 반응을 암시한다.
비생물학적 메탄이 중요한 이유
비생물적 메탄(Abiotic Methane)은 생물학적 과정(예: 미생물 분해)을 거치지 않고 지질학적 과정(물-암석 반응 등)을 통해 생성되는 메탄이다. 이 메탄의 존재와 원천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구상의 메탄은 주로 생명체(메탄생성균)에 의해 생성되므로, 메탄은 종종 생명체의 존재를 나타내는 지표(바이오시그니처)로 간주된다.
그러나 비생물적 메탄은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의 초기 지구 대기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이 지금보다 덜 뜨거웠던 시기에 이 메탄이 강력한 온실가스 역할을 하여 지구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만큼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생물적 메탄이 생성되는 OCC와 같은 환경은 초기 생명체가 탄생하고 유지될 수 있었던 조건을 제공했을 수 있다.
쉽게 말해 해양화성복합체(OCC) 지역은 단순히 메탄을 만든 것을 넘어, 에너지원과 생명체의 재료(복잡한 유기 분자)를 모두 제공하여 원시 생명체가 탄생하고 번성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초기 지구 환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메커니즘은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심해 열수 분출구 가설'의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