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운데)가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협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 UNFCCC/키아라 워스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COP30 (Conference of the Parties 30,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결과를 내며 마무리됐다.

특히 유럽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이 강력히 주장했던 화석연료 사용 중단에 대한 글로벌 의무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문구는 없었다.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 자체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10년 전 파리에서 획기적인 협정을 타결하며 각국이 환호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실망스러운 이번 회의의 결론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C 이내로 제한하고 더 나아가 1.5°C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파리협정(COP21)이 체결된 지 10년을 맞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기후 변화 대응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재생 에너지의 놀라운 성장과 국제 협력 체계 구축 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진전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의 발전과 대중화다.

지난 10년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단가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하락했다. 이제 많은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는 화석 연료보다 더 저렴한 발전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은 파리협정 당시의 예측치를 훨씬 초과하며 성장했고, 이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가장 큰 성과인 자발적 감축 목표 제출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의 기후 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하며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는 과거 교토의정서처럼 일부 선진국만 의무를 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운송 부문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전기차(EV) 보급률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배터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이제 많은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태양이 없을 때,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발전이 멈추는 문제)을 해결해 줄 대용량 배터리 저장 기술(ESS)도 빠르게 발전하여 재생 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을 돕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제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의 경제 구조와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탈탄소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태양광 효율 개선, 해상 풍력 대형화 및 설치 기술 국산화, 지열 에너지 등 차세대 재생 에너지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및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청정 수소(그린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고, 대규모 수소 운송 및 저장 인프라를 구축하여 수소 산업 생태계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과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위한 R&D를 지원하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탈탄소화를 추진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발생하는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대규모 설치를 지원하고, 스마트 그리드와 전력 계통망을 첨단화하여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와함께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을 탄소 배출이 없는 안정적인 기저 전원으로 활용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