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빙하의 해빙에 따라 북극항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극항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정확한 예측을 통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핵심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인프라 투자에 있어 유연성을 넣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주최 제4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캐나다 윈저대 김용훈 교수의 `북극항로 최적화를 위한 AI 기반 예측 및 옵션이론적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에서 제기됐다.
다음은 김 교수 발제의 주요 내용이다.
북극항로의 재조명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이에 유럽과 아시아, 북미의 동서를 연결하는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세 항로를 말한다. (북동항로 (Northeast Passage), 북서항로 (Northwest Passage), 북극횡단항로 (Trans Artic Route) 등이다.
북동항로는 놓고 볼 때 부산에서 북유럽을 갈 때 수에즈 운하 2만 2000 km, 희망봉 이용 2만6000km, 북동항로 1만5000km다.
이에 북극항로 통해량은 증가 일로에 있다.
미국과 캐나다 관점에서 보면 파나마운하가 물부족으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항로 즉 북서항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빙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선박 <김용훈교수>
북극항로의 불확실성
하지만 북극항로는 불확실성이라는 커다란 벽이 있다. 현재 운항 가능기간은 7월~11월, 약 5개월에 그친다.
결국 쇄빙선이나 특수 설계 선박을 활용해야 한다.
단기 기상변화에 따라 항로가 갑자기 폐쇄될 가능성도 크다.
캐나다 북서항로에서는 다년생 얼음이 남하하면서 병목지점이 형성되며 일부 구간에서는 15년 동안 이용가능시즌이 약 14주로 축소된다.
경제적으로 북극항로는 비용 절감 효과가 계속 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급망 스케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규제리스크, 즉 통과허가 규제 강화, 쇄빙선 이용 정책 변경 등이 도사리고 있고, 중국 미국 일본 간 극지전쟁의 여지가 있다.
옵션이론 기반 접근의 필요성
이런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옵션이론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정확한 예측을 통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연성이 핵심 역량이라는 얘기다. 전통적 투자평가 방식은 지금 결정해야 한다는 가정 때문에 불확실성을 위험으로만 반영한다. 변화하는 미래 상황에 단계별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의 사례를 보자. 포르투갈 리스본에 건설된 Ponte 25 de Abril 현수교의 경우 도로 전용 교량으로 1966년 개통했다. 상부데크만 존재했고, 차량 도로만 사용했다. 하부 데크를 받칠 수 있는 구조 설계를 했는데, 이는 확장 옵션을 내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초기 단계의 유연한 설계가 후속 인프라 확장 비용을 절감해 준 대표적 인프라 사례다. 1990년대 리스본 대중교통 수요 폭증을 계기로 하부테크 확장이 이뤄졌고, 철도로 사용되고 있다.
실물 옵션 이론은 유연성의 가치를 정량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불확실성이 큰 인프라 투자에서 최적의 의사결정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경로를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방법은 출발지에서 모든 경로를 결정한다. 하지만 옵션이론적 경로 선택은 기대 비용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다음 지점까지만 경로를 제공한뒤, 그 지점에 이르면 또다시 최소화하는 경로를 제시하는 식이다. 동적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결정 실패 사례를 보자
볼티모어 공항은 90년대 US에어웨이이 허브공항이었다. 장거리 노선 위주의 시설을 갖추면서 대형기종, 환승위주로 지어졌다.
하지만 저가항공사의 급성장에 따라 미국 공황은 환승이 필요없어졌고, 활주로에서 탑승이 바로 이뤄지는 등 저렴한 게이트 비용이 요구됐다. 볼티모어공항은 결국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들여 공항구조를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실물옵션 부재로 인한 전환비용 증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확장옵션을 가지지 못한 사례다.
반면 뱅쿠버 공항은 확장이 가능한 원형 또는 곡선 요소를 포함해 향후 추가 공간 삽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모듈화된 게이트 확장이 용이했다.
북극항로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실물 옵션 적용해야
싱가포르 항만의 경우 모듈형 인프라 개념을 적용했다. 늘어나는 물동량에 대비해 2015년 계획했는데, 1차 구조물부터 지어 수요가 추가되면 2,3,4단계로 확장했다.
북극항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리얼옵션 기반의 결정이 필요하다. 빙하의 움직임과 얼음두께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데, 인공위성 이미지 분석과 다양한 센서를 통해 AI 예측이 가능해 지고 있다. 각 항로별 위험도 분석을 통해 하나의 경로를 선택하는 전통적 경로 대신 다음 경로 선택 지점까지의 최적경로까지만 안내하는 방식으로 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 지점에서는 또다시 최신 정보를 통해 최적 경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연성(옵션)을 발휘하는 것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