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슈미트/유엔 세계해양의날 2023 사진 공모전<앤드 슈미트/유엔>
유엔은 BBNJ 협정(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의 발효 요건 충족에 대해 2025년 9월 19일에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협정 발효에 필요한 60번째 비준국이 나왔는데, 모로코와 시에라리온이 비준서를 기탁하며 60개국 문턱을 넘었다.
협정은 60번째 비준서 기탁일로부터 120일이 지난 2026년 1월 17일에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성과가 "해양과 다자주의를 위한 역사적인 성취"라며,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 등 삼중 행성 위기에 맞서는 "해양과 인류를 위한 생명선"이라고 평가했다.
또 협정이 발효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국가들이 협정 이행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고, 모든 국가가 협정에 참여하도록 촉구했다.
20년에 걸친 협상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BBNJ 협정)'은 약 20년간의 긴 논의와 협상 과정을 거쳐 탄생한 역사적인 국제 조약이다.
2004년 유엔 총회는 국가관할권 이원지역(공해 및 심해저)의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과 관련된 위협과 위험을 다루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관련 실무 작업반이 구성되어 BBNJ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논의를 심화시켰다.
2011년, 실무 작업반은 기존 해양 거버넌스 체계의 격차를 확인하고, 새로운 국제 조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때 협정의 핵심 4가지 요소(해양 유전자원, 구역 기반 관리 수단, 환경 영향 평가, 역량 강화 및 기술 이전)가 확립됐다.
2015년, 유엔 총회는 BBNJ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문서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준비위원회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4차례 회의를 통해 국제문서 초안의 구성요소에 대해 논의했다.
2017년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정부간 회의가 시작됐다. 여러 차례의 회의가 열렸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논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5차 정부간 회의가 재개된 후, 2023년 3월 4일 마침내 협정의 최종 초안에 합의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023년 6월 19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정부간 회의에서 BBNJ 협정안이 공식적으로 채택됐다. 이로써 BBNJ 협정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세 번째 이행 협정이 됐다.
협정은 2023년 9월 20일부터 2025년 9월 20일까지 모든 국가와 지역 경제통합 기구의 서명을 위해 개방됐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협정에 서명하고 비준 절차를 진행했다.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2025년 3월 19일 이 협정을 비준했다.
역사적 전환점
BBNJ 협정의 발효는 해양 보호와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 관리에 있어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특정 국가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아 법적 공백지대로 남아있던 공해와 심해저에 대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최초의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 규범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바다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역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또한 2030년까지 지구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30x30'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조치다. BBNJ 협정은 국제 해양보호구역(MPA)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이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해양 유전자원(MGR)의 이익 공유, 환경영향평가(EIA) 실시, 역량 강화 및 기술 이전 등 해양 생물다양성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된다. 이를 통해 해양 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용의 형평성을 높이고,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인류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협정은 해양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든 국가가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는 해양 오염, 기후 변화 등 국경을 초월한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준 거부
미국이 아직 BBNJ 협정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발효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
BBNJ 협정은 60개국이 비준하면 120일 후에 발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60개국이 넘는 국가가 비준을 완료했으므로 협정은 예정대로 2026년 1월 17일에 발효된다.
미국은 협정에 서명은 했지만, 상원 비준을 거쳐야만 정식 당사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협정을 비준하지 않는다고 해서 협정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협정의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협정의 법적 구속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 최대 해양 관할권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이며, 해양 자원의 이용과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국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정의 이행력과 효과에 부분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협정이 발효되면 그 중요성과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