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전달하는 광섬유가 이제는 지구의 맥박을 듣고, 기존 지진 감지 네트워크보다 지진의 진동을 더욱 자세하게 감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9월 28일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분산 음향 감지(Distributed Acoustic Sensing, DAS) 기술을 활용하여 2024년 규모 7(Mw 7) 멘도시노 단층 지진에 대한 전례 없는 고해상도 데이터를 제공했다.
논문 제목은 Fiber-imaged supershear dynamics in the 2024 Mw 7 Mendocino Fault earthquake.
연구진은 DAS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 통신용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수천 개의 초고밀도 지진계 배열로 변환했다.
이 기술을 통해 지진 파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면의 미세한 변형(strain)을 수 미터 간격으로, 그리고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측정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넓은 간격의 지진계 네트워크로는 불가능했던 수준이다.
DAS 기술이 지진의 규모와 파열 길이 같은 핵심 매개변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의 정확도와 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재난 대응 능력을 높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즉 해저에 이미 설치된 통신 인프라를 활용하여 해저 지진 활동이라는 사각지대를 고밀도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해저 광케이블은 정교한 지진 감지기
논문의 의의는 해저 광케이블이 광범위하고 정교한 지진 감지기(Seismometer)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진 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원래는 인터넷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전달하는 통신용 케이블이지만, 과학자들은 여기에 레이저 펄스를 쏘아 보내 바닷속 지진을 감지하는 것이다.
센서가 수천 개로 늘어나는 마법(DAS 기술)에 비밀이 숨어있다.
일반적인 지진계는 설치 비용이 비싸고, 넓은 바다 밑에 촘촘히 설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밑의 지진 활동은 사각지대였다.
이때 해저 광케이블에 분산 음향 감지(Distributed Acoustic Sensing, DAS)라는 기술을 적용하면, 케이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센서 배열로 바뀐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케이블 속의 광섬유에 레이저 빛을 쏘면, 광섬유에는 아주 작은 미세한 결함들이 있다. 이 결함들이 빛을 미세하게 반사시키는데, 지진파가 케이블을 흔들면 이 결함들의 위치가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과학자들은 이 반사된 빛의 변화를 측정하여, 광섬유의 수 미터(m) 구간 하나하나를 개별 센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수십 킬로미터(km)의 광케이블 하나가 수천 개의 초고밀도 지진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해저 지진을 실시간으로 감지
가장 큰 이점은 지진의 주요 발생지인 해저 지진을 바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상 지진계까지 지진파가 도달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해저 케이블이 지진 발생 지역 근처에서 즉시 흔들림을 포착하여 지진 조기 경보 시간을 몇 초라도 더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전 세계에 인터넷 통신을 위해 깔려 있는 기존의 케이블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싼 해저 지진계를 새로 설치하는 비용과 노력이 크게 절감된다.
결론적으로, 광케이블은 비용 효율적으로 초고밀도의 센서망을 구성하여 기존에는 알기 어려웠던 바닷속 지진 현상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도구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