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우리나라 기후테크...양적으로는 우수, 질적으로는 열악

"기업의 기후테크 개발성과를 충분히 인정해 주고,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잘 넘어갈 수 있게 지원"

이현주기자 승인 2024.12.13 15:12 의견 0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게 위한 기후테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R&D는 양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질적으로는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개발의 성과를 충분히 보상해 주고, 죽음의 계곡을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기후위기 해결 및 지속가능경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탄소배출이 ‘0’인 탄소중립경제carbon neutral economy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후테크Climate Technologie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이며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다.

기후테크 혁신은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허출원건수를 기준으로 주요국의 기후테크 혁신실적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자료를 분석해 보면, 2011~2021년 중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는 세계 3위로 글로벌 상위 수준이었다.

또한 미국·일본 등이 2010년대 초중반 이후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였으나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는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된 데다 후속파급력, 창의성, 범용성 등 질적 성과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테크 특허의 2/3 이상이 4개 기업과,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 등 4개 기술분야에 집중되었다.

반면, 화학·정유·철강 등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같은 핵심유망기술에서는 특허실적이 부진하다.

또한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주력 기술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질적 특허평가지표가 10대 선도국(특허출원건수 상위국)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혁신실적이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되고 질적 성과가 미흡한 이유는 우선 기후테크 혁신에서 중장기적 필요성보다는 단기적 성과가 우선시되고 있다.

둘째, 정부의 R&D 지원과 탄소가격 정책이 중장기적 시각의 기후테크 혁신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신생중소기업 등의 기후테크 혁신자금 조달여건이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기후테크의 선두 개척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후테크 혁신정책을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

첫째, 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기후테크 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탄소배출 기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비용을 부담하도록 탄소가격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기업이 기술 상용화 이전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효과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혁신자금 공급여건을 확충해야 한다.

OECD 회원국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위의 세 가지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선두 개척자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R&D 지원, 탄소가격 인상,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모두를 40%씩 확대할 수 있다면 혁신의 양과 질을 모두 반영한 기후테크 혁신성과가 최상위국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현주기자

저작권자 ⓒ 뉴스커런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