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LA산불 부채질?..."산불에 취약한 상태 조성"

과학자들 "온난화 영향으로 수풀이 바짝 마른 상태"

강풍과 위험 경보가 다시 발령되면서 LA 카운티 화재 `계속'

윤구현기자 승인 2025.01.12 14:51 | 최종 수정 2025.01.12 16:04 의견 0
10일(현지시간) 화염이 번지고 있는 LA 맨더빌캐니언 지역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파괴적인 산불이 계속 타고 있는 가운데 기상 당국은 산타 애나 강풍이 또다시 이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새로운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CBS,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17시 현재 소방관들이 해안 근처에서 불타고 있는 팰리세이즈 화재와 동쪽에서 더 멀리 타오르고 있는 이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11일 저녁에 만료될 예정이었던 강풍 경보가 일요일 오후 2시까지 연장됐다.

경보는 산타수산나 산맥, 샌가브리엘 산맥, 마운트 윌슨, 마운트 발디 및 라이트우드 등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의 산악지역에 내려졌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북쪽에서 북동쪽으로 불어오는 일부 돌풍은 평균 시속 25~40마일이며, 가장 강한 돌풍은 시속 65마일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바람이 나무 뿐만 아니라 전선까지 날려버릴 수 있기에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풍과 더불어 건조한 기후와 강풍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국립기상청은 이미 발령된 적색경보를 다음 주 수요일까지 연장했다.

이 경고는 벤츄라 카운티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대부분에 발령되었으며, 벤츄라 카운티는 최근 최악의 폭풍으로 인해 산불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된 후 산불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다음 주 금요일까지는 습도가 크게 높아지고 바람이 약해지며 20%의 매우 가벼운 비가 내리면서 극심한 화재 기상 조건이 잠시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람과 낮은 습도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상공을 뒤덮은 엄청난 양의 연기로 인한 대기 질 악화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비슷한 문제로 인해 모든 캠퍼스의 수업을 취소했다.

격렬한 LA 화재와 관련된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해 로스앤젤레스 화재를 크게 만든 풀과 나무들이 더 취약해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해당 지역의 건조한 환경과 습한 환경 사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엄청난 양으로 불어난 `건조한 식생'이 화재로 이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가뭄이 계속되었는데, 2022년과 2023년에 2년 동안 극심한 폭우가 내린 뒤에 2024년 가을과 겨울에는 다시 매우 건조한 날씨로 바뀌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에서 기후 변화가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바짝 마른' 조건을 31-66% 증가시켰다고 말다.

UCLA의 다니엘 스웨인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던 기후의 급격한 변화는 화재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켰다"라고 말한다.

그는 "화재 시즌을 앞둔 몇 달 동안 잔디와 수풀의 성장을 크게 증가시킨 다음, 극도로 건조하고 따뜻해진 상태로 변하면서 수풀을 건조시켰다"고 BBC에 말했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된 대기는 홍수를 더 자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건조한 환경이 조성되면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을 추가적으로 끌어낸다고 본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그랜섬 기후변화 연구소 소장인 브라이언 호스킨스 경은 "현재 LA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를 통해서 강수량과 증발의 변동성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 산불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BBC에 말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부의 많은 지역이 불과 2년 전에 끝난 수십 년간의 가뭄을 겪었다.

그 이후로 습한 환경에서 관목, 풀, 나무가 빠르게 자랐는데, 이런 수풀이 이번 화재의 완벽한 연료가 되었다.

이러한 기상 상황을 겪은 뒤 지난 여름은 매우 더웠고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가을과 겨울 시즌이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에는 10월 이후 평균보다 4인치 이상 낮은 0.16인치의 비가 내렸을 뿐이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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