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부채질하는 프랑스 관광객 [로이터=연합뉴스]
극심한 더위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체의 노화 과정이 가속화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만4922명을 대상으로 한 대만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다.
26일(현지시간) `네이처 기후 변화'에 발표된 이 연구는 폭염 노출이 증가하면 규칙적인 흡연이나 음주와 비슷한 정도로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가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사람들이 극심한 더위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인체의 장기는 더 빨리 노화된다. 이는 극심한 더위가 인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생체 시계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연구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시드니에 있는 맥쿼리 대학의 환경 보건 과학자인 폴 베그스는 "폭염이 우리를 노화시킨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그는 "이 연구는 우리 모두가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취약하다는 경종을 울린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의 시급하고 대폭적인 감축의 필요성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한 소년이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전 연구에서는 환경 및 사회적 스트레스, 유전학 및 의학적 개입을 포함한 여러 요인을 노화 관련 생리적 변화의 징후와 연결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 및 치매의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염이 노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2008년에서 2022년 사이의 건강 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기간 동안 대만은 약 30번의 폭염을 경험했는데, 이 연구는 이를 며칠 동안 기온이 상승하는 기간으로 정의했다. 연구원들은 간, 폐 및 신장 기능, 혈압 및 염증 평가를 포함한 여러 의료 검사 결과를 사용하여 생물학적 연령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생물학적 나이를 의료 방문 전 2년 동안 주소를 기반으로 참가자가 노출되었을 수 있는 총 누적 온도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극심한 더위 현상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더 빨리 노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참가자가 1.3°C 높은 날씨에 더 노출될 때마다 평균 0.023-0.031년이 생체 시계에 추가됐다.
연구를 주도한 홍콩 대학의 환경 역학자인 큐이 구오는 숫자 자체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구 전반에 걸쳐 이러한 효과는 공중 보건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네이처에 말했다.
육체 노동자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그룹이 에어컨을 이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