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빛으로 변한 미국 알래스카 북부의 브룩스 레인지 일대의 강. 지표 아래의 동토층이 녹으면서 토양에 갇혀있던 철 등의 광물들이 용출돼 강물 색깔이 변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Josh Koch/미국 지질조사국(USGS)>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권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네 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데, 동토를 녹여내는 과정에 놀라운 공범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소금이다.
‘영구 동토층(permafrost)’이라 불리는 단단히 얼어붙은 북극권 토양에는 소금기가 있는 퇴적층이 묻혀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 소금층이 기후변화가 시작된 이래 영하의 온도에서도 동토층을 녹이고, 북극의 지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있다고 사이언스어드바이저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을 때 도로결빙을 막기위해 소금을 뿌리듯이 동토층 지하에 묻은 염분이 영하에서도 동토가 녹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염분 동토층 지도화 프로젝트'(Saline Permafrost Mapping Project)의 공동 연구자 벤 존스(Ben Jones)는 “동토층이 0°C에서 녹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북극 지역의 염분이 포함된 영구 동토층을 조사하고, 그 분포와 해동 위험을 정밀하게 지도화하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북극의 기후 변화 영향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지역사회와 인프라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되고 있다.
왜 영하에서도 땅이 녹을까?
북극지역 동토층에 묻힌 이 소금은 약 11만 5천 년 전 두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극지방의 빙상이 녹고 해수면이 수십 미터 상승하면서, 지금의 북극 해안 평야는 염분이 풍부한 바닷물에 잠지게 됐다.
이후 빙상이 다시 확장되면서 바닷물이 물러났고, 염분이 많은 해저 퇴적물이 육지에 남게 됐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역사적 배경 덕분에 알래스카만 해도 약 1,000~10,000㎢ 면적이 지하 수 미터 깊이에 소금층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구 동토층의 해동은 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이며,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인간 활동(화석연료 사용, 산업화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등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한게 가장 큰 요인이다. 북극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며, 이를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눈과 얼음은 태양빛을 반사하는데, 이것들이 녹으면 어두운 땅이나 바다가 드러나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온도가 더 올라가고, 해동이 가속화되는 양의 피드백 루프가 형성된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류와 대기 흐름이 변화하고, 이는 주변 지역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쳐 동토층 해동을 촉진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북극 지역의 영구 동토층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는 지난 30년간 지표면 온도가 평균 2.5~3.2°C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북극 지역사회에 불어닥친 위협
최근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5)에 실린 논문(Thawing permafrost threatens up to three million people in Arctic regions)은 동토층의 해빙이 북극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 주목된다.
2025년 1월 17일에 게재된 논문은 수산나 가틀러(Susanna Gartler – University of Vienna) 연구 책임자이자 인류학자, 요한나 슈어(Johanna Scheer – Umeå University) 생태 및 환경과학 박사후 연구원 등이 만들었다.
이 논문은 북극 지역의 영구 동토층 해동이 약 3백만 명의 거주민에게 미치는 사회적 위험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범북극 연구로 평가받고 있는데, 조사 대상 지역은 롱이어비엔 (스발바르, 노르웨이), 아바나타 자치구 (그린란드), 보퍼트해 및 맥켄지강 삼각주 (캐나다), 사하 공화국의 불룬스키 구역 (러시아) 등이다.
논문은 동토 해빙에 따른 피해로 △인프라 붕괴: 해동으로 인해 도로, 건물, 배관 등 기반 시설이 손상됨 △이동 및 공급망 중단: 해동으로 인해 교통 및 물자 공급 경로가 차단될 위험 △수질 저하: 오염물질 유출 및 지하수 변화로 식수 안전성 위협 △식량 안보 위협: 전통적 식량 공급 방식이 영향을 받아 식량 부족 가능성 △건강 위험: 병원체 노출 증가, 오염물질 유출로 인한 건강 문제 발생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북극 지역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 수립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며, 향후 적응 전략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