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는 기후 변화, 오염, 그리고 지속 불가능한 이용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 위치한 플로리다 키스 국립 해양 보호구역은 산호가 풍부하여 보트 타기, 낚시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매년 약 500만 명이 이 키스를 방문한다. 사진: 숀 번/NOAA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첫 사례가 나왔다. 바로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리는 산호가 티핑포인트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인류가 당장 대응하지 않으면 추가로 티핑포인트를 넘을 후보군이 즐비한 실정이다.
이같은 내용은 글로벌 티핑포인트 리포트 2025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영국 엑서터 대학교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University of Exeter's Global Systems Institute) 주도하에, 23개국 87개 기관 소속 16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13일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산호초가 대부분 생존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지구가 첫 번째 주요 기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즉 회복 불가능 상태에 도달했음을 선언했다.
첫 번째 기후 티핑 포인트 도달: 산호초
따뜻한 해역의 산호초 생태계가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최초로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됐다.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광범위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산호초가 대규모로 붕괴되는 임계점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2∘C 상승했을 때(범위는 1.0∼1.5∘C)로 추정되며, 현재 지구 온난화는 약 1.4∘C에 도달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은 역대 최악이며, 80개국 이상의 산호초 중 80% 이상이 극심한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지구 온난화가 최소 1∘C 이하로 되돌려지지 않는 한, 광범위한 산호초는 소멸할 것이며, 이는 해양 생물 다양성과 수억 명의 생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임박한 추가 티핑 포인트 경고
보고서는 산호초 외에도 여러 지구 시스템이 파국적인 티핑 포인트에 매우 근접했으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지구 온난화 1.5∘C 임계점을 수년 내에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남극/그린란드 빙상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 미터의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며, 일부 극지방 빙상은 이미 티핑 포인트를 지났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괴멸(Dieback)의 경우 기후 변화와 삼림 벌채의 결합으로 인해 광범위한 숲 손실이 발생했고,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붕괴 열시 대규모 해양 순환 시스템의 붕괴는 몬순 및 전 세계 기후 패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우려했다.
"인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
보고서는 인류가 '새로운 현실'에 진입했으며, 기존의 정책과 의사 결정 과정으로는 이러한 티핑 포인트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추가적인 티핑 포인트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심층적인 배출량 감축과 지속 가능한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의 확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다만,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저장 등 지속가능성으로의 긍정적인 전환(Positive Tipping Points)이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OP30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of the UNFCCC)의 30번째 회의를 의미한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과 행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다.
2025년 11월 10일 ~ 11월 21일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열리는데, 벨렝은 아마존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로, 아마존 열대우림과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글로벌 기후 논의에 남반구 국가들의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개최지로 선정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제출 촉구, 그리고 기후 재원(Climate Finance)에 대한 진전 사항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예정이다.
코럴이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이유
산호(코럴)는 해양 생태계에서 '바다의 열대우림(Rainforests of the Sea)'이라고 불릴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지구 생명 유지와 인류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데,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서식한다. 산호초는 전 세계 해저 면적의 약 0.2%만을 차지하지만, 전체 해양 생물종의 약 25%가 서식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생명의 토대다.
산호가 형성하는 복잡한 석회질 구조는 수많은 물고기, 게, 새우, 해삼, 바닷새 등에게 안식처, 번식지(산란장), 포식자로부터의 은신처, 먹이 공급원 역할을 한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수많은 종의 생존이 위협받아 광범위한 멸종을 초래하게 된다.
산호초는 해안선을 따라 자연적인 장벽을 형성하여,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태풍이나 폭풍 해일의 충격을 약 97%까지 감소시켜 해안 침식을 막고 연안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산호초가 부서져 만들어진 파편은 해변의 모래를 보충하는 중요한 공급원이 되어 해안선 안정화에 기여한다.
산호초는 전 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어업 활동을 지탱하는 기반이며, 어류 자원의 보고다. 약 5억 명에 달하는 인류가 산호초 생태계에 의존하여 식량과 소득을 얻는다.
산호초의 아름다움은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등 생태 관광의 핵심 자원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산호초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이나 산호 자체에서 항암, 항염증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생화학 물질 및 약품이 발견될 잠재력이 높다.
산호초는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흡수원(Carbon Sink)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맹그로브 숲이나 해초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기후 조절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산호는 수온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백화 현상은 해양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인류에게 경고하는 가장 명확하고 시급한 지표 역할을 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