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로 위협받을 미국내 지역.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전제로 2050년(왼쪽)과 2100(오른쪽)의 예상을 표현했는데, 색이 진할 수록 침수시설이 많음을 의미한다. <출처=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과 연안 홍수로 인해 미국내 5,500개가 넘는 유해 시설이 심각한 침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시설들이 침수되면 저장돼 있거나 처리과정에 있는 독성 물질, 폐기물 등이 유출돼 토양 지하수 식수 등이 오염되고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런 분석은 20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논문(Sea level rise and flooding of hazardous sites in marginalized communities across the United States)에서 나왔다.

논문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홍수 위험이 미국의 유해 물질 취급 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논문은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과 연안 홍수로 인해 5,500개가 넘는 유해 시설이 심각한 침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분석하면서 여기에는 하수 처리 시설, 정유 시설, 석유 및 가스 터미널, 폐기물 처리장 등이 포함된다.

미국 걸프만에 몰아친 태풍(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논문은 또 위험 노출이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공평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한다.

유해 시설이 홍수 위험에 노출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거나 유색 인종 거주 비율이 높은 소외된 지역 사회(Marginalized Communities)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유해 시설들이 역사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 배치되어 왔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은 이들 지역에 이중의 부담을 주는데, 이미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마당에 기후 재앙으로 인해 독성 물질 유출 위험까지 더해진다는 논문의 주장이다.

연구는 특히 미국의 특정 해안 지역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음을 지적했다.

뉴저지, 코네티컷, 그리고 걸프만(Gulf Coast) 지역의 유해 시설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해수면 상승이 단순한 해안선 침수 문제를 넘어, 공중 보건과 사회적 형평성(Social Equity)을 위협하는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문제임을 강력히 시사하며,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후 탄력성 강화와 취약 지역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