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웨이브(rogue wave)는 괴물파도, 킬러파도 등을 불리는 소름 끼치는 존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정의에 의하면 과학자들이 극단적인 폭풍 파도((extreme storm waves)라고 부르는 로그웨이브는 주변 파도의 크기보다 두 배이상 크고, 매우 예측하기 어려우며 종종 일반적인 바람이나 파도의 방향과 다른 방향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다.

이 괴물 같은 피도는 갑자기 나타나 선박, 석유 및 가스 플랫폼, 그리고 기타 해양 기반 시설에 막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과학자들은 대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이 거대한 파도를 예측하기 위해 파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려 노력해 왔으며, 새로운 연구에서 하나의 설명이 나왔다고 3일자 사이언티픽 어메리칸 earth & environment가 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앞바다의 멕시코만류에 높이 18.3미터(60피트)로 추정되는 거센 파도가 발생했다. 당시 해상 풍속은 15노트로 약했다. 이 사진이 촬영되기 직전, 파도는 선박에 충돌한 후 멀어져 가고 있었다. NOAA.



이에 따르면 로그웨이브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론은 해양 파도가 깔때기처럼 작은 공간에 모여들면서, 긴 복도를 통해 나가려는 경기장 관중처럼 쌓이는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북해에서 18년간 레이저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그 아이디어를 뒤집었다.

대신, 해양 파도의 자연적인 물리학적 특성 때문에 여러 개의 파도 열차(wave trains)가 교차할 때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해양 물류 회사의 엔지니어인 코랄 모레노(Coral Moreno)는 “이 연구가 로그 웨이브를 예측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진전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노출될 수 있는 선박을 돕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다”라고 시언티픽 어메리칸에 말했다.

기존 설명을 뒤짚는 새로운 설명

새로운 연구는 로그 웨이브가 예외적인 비선형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일상적인 해양 파도의 물리학적 특성이 매우 드물게 정렬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한다. 즉, 로그 웨이브는 바다의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그 규칙의 희귀한 조합(rare combination)이라는 것이다.

기각된 기존 이론은 파도가 좁은 공간에 깔때기처럼 모여 밀도가 높아지면서 쌓이는 현상으로 설명해 왔다.

새로운 메커니즘은 여러 개의 파도 열차(wave trains), 즉 여러 방향에서 오는 파도들이 특정 시공간에서 교차하여 서로 에너지를 보강하는 선형 집중(Linear Focusing) 및 비선형 결합파(Second-order Bound Nonlinearities)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북해(North Sea)에 위치한 에코피스크(Ekofisk) 석유 플랫폼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데이터는 18년 동안(2003년 ~ 2020년) 모은 것인데, 레이저 센서(laser sensor)를 이용한 고주파 파고 측정을 통해 수집됐다.

이 연구는 로그 웨이브의 지문(fingerprint) 역할을 하는 전조 신호를 발견하여, 파도가 최고조에 달하기 수십 초 전에 극단적인 파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선박 및 해양 시설의 안전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논문은 2023년 5월 1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된 로그 웨이브에서 결합된 2차 비선형성의 증거(Evidence for bound second-order nonlinearities in rogue waves)다.

로그웨이브가 생기는 마술

바다에는 파도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줄의 파도가 줄지어 움직인다. 이 기차 같은 파도 줄을 '파도 열차'라고 부른다.

만약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파도 기차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서 위로 가는 파도 기차가 있다고 할 때 평소에는 이 파도 기차들이 서로 지나가기만 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이 여러 파도 기차들이 한 곳에서 딱 만나는 순간이 생긴다.

가장 높은 부분(봉우리)끼리, 가장 낮은 부분(골짜기)끼리 정확하게 겹쳐지면 파도들의 에너지가 합쳐지면서 엄청나게 커진다.

이것을 선형 집중(Linear Focusing)이라고 한다.

파도가 커지면, 그 옆에 있던 작은 파도들까지도 이 큰 파도에게 달라붙어서 함께 커지려고 한다.

이 작은 파도들이 큰 파도의 '비밀 보조' 역할을 하면서, 합쳐진 파도를 한 번 더 더 크게 만들어주는데, 이것을 비선형 결합파라고 부른다.

결론적으로 로그웨이브는 여러 파도 기차들이 한 곳에 모여서 에너지를 합치고, 여기에 주변의 숨겨진 작은 파도들까지 힘을 보태면서 일반 파도의 2배가 넘는 아주 거대한 파도 괴물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