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강타한 열대성 저기압은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의 후과라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이다.
일단 저위도 지역에서 사이클론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사이클론이 회전하는 힘인 코리올리효과가 적도 근처에서는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사이클론은 모두 강력한 힘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다.
여기에 삼림 벌채 및 채굴 등 환경파괴가 기후변화와 맞물려 극심한 기상이변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임시 대피소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관련한 네이버 8일자(현지시간) 보도를 요약한다.
11월 말, 세냐르, 디트와, 코토 등 세 개의 열대성 저기압이 인도양 주변 국가들의 도시와 마을을 황폐화시켰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필리핀, 스리랑카에서는 폭우, 강풍, 산사태, 갑작 스러운 홍수로 최소 1,000명이 사망하고, 가옥이 수 미터 깊이의 진흙에 파묻혔으며, 도로와 교량이 파괴되었다.
인도네시아 아체 주지사 무자키르 마나프는 성명을 통해 이번 폭풍의 파괴력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는 이 비상사태를 대부분 간과해 왔다. 수백만 명이 피난민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병들거나 굶주리고 있지만, 지원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클론의 특이한 특성과 그것이 세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마트라 섬 랑사에 있는 친구가 연락이 끊기기 전에 말했듯이, 폭우가 너무 심해서 `땅에 거친 바다'가 생겼다.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쏟아진 폭우는 쓰나미처럼 강력한 강물을 만들어냈고, 콘크리트 다리는 휩쓸려 나가고, 침식된 숲에서 거대한 나무들이 끌려나갔으며, 집에 있던 사람들은 물에 잠겼다.
하지만 이러한 끔찍한 장면과 함께 좌절감도 함께 찾아왔다. 스리랑카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이것이 위기 상황임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서수마트라, 북수마트라, 아체의 많은 마을과 도시들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식량은 부족하고 물가는 치솟고 있으며, 병원들은 무너졌다. 지방 정부에서 일부 지원을 보내왔지만, 기반 시설이 파손되어 지원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침묵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부 세계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고 유엔은 지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럽 연합이나 미국으로부터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러한 지연의 한 가지 이유는 아마도 세계 언론이 이 재난의 엄청난 규모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처음에는 언론들이 국가별로 일련의 홍수를 보도하면서 각 국가 간의 연관성을 무시했다. 이제 이 재난은 '동남아시아 홍수'로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환영할 만한 변화이지만 여전히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
인도양 지역은 기후 변화와 삼림 벌채 및 채굴을 포함한 심각한 환경 파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극심한 기상 이변에 특히 취약하다.
2020년 과학자들은 기후 모델링을 통해 남아시아 국가들이 극심한 기후로 인한 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기후 변화는 열대 저기압의 형성을 포함하여 지구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인 해수면 온도 순환인 인도양 쌍극자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벵골만 주변에서 더 많은 열대 저기압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양 쌍극자란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해수면 온도(SST)의 불규칙한 변동 현상을 말한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열대 지방에서는 사이클론이 드물었다. 이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사이클론이 회전하는 힘인 코리올리 효과가 적도 근처에서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4월, 열대성 저기압 세로자(Seroja)가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최초의 저기압으로 기록되어 사망자와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불과 4년 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또 다른 열대성 저기압 '세냐르'를 목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후과학지구물리기상청(Agency for Climate Science, Geophysics and Meteology)은 동인도양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이 폭풍의 강우량이 하루 300mm 이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평소의 최대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마트라 섬은 환경 파괴로 인해 홍수에 취약하다 . 1990년대 이후 이 섬은 저지대 삼림의 80% 이상을 잃었고, 그 자리에 팜유 및 펄프용 목재 농장, 석탄 및 금광, 그리고 사회 기반 시설 개발이 들어섰다. 이러한 부지 중 상당수가 강둑에 건설되어 홍수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아체 지역 주민들은 이제 강이 일 년에 열두 번이나 범람한다고 말했다.
세냐르 허리케인 발생 당시 수천 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환경 파괴의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더 나아가, 목숨을 잃고 집이 매몰되고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날 열대성 저기압을 가속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는 이들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