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선 우미타카마루호에 설치된 다층 해수 채취 장치. 이 장치는 해수면 아래 여러 곳에서 약 50리터의 해수를 채취하여 미세플라스틱 함량을 분석했다. 큐수대뉴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에서 파생된 미세플라스틱이 표층 뿐만이 아니라 중층 및 심층에서도 발견됐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수직적으로 퍼져 있음을 의미해 주목된다.
일본 큐수대 응용역학연수고 소베 아츠히코(Isobe Atsuhiko)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심해로 가라앉은 미시적인 플라스틱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큐수대 뉴스가 지난달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만, 실제로 해수면에서 관찰되는 양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과학자들은 나머지 플라스틱이 심해로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왔으나, 깊은 바닷속에서 이를 정확히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수천 미터 아래의 심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을 채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니터링 기술과 모델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해수면부터 해저 바닥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인 분포를 데이터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상층부뿐만 아니라 중층(Mesopelagic zone)과 심층에서도 상당량 발견됐다.
이는 심해 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위험성을 보여주며, 심해 생태계 파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로 증명된 심해 미세플라스틱
이 연구 이전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바다 깊은 곳(중층 및 심층)에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과 단편적인 조사 결과는 있었다. 하지만 이소베 교수의 이번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그간의 '막연한 추측'을 '실제적인 데이터와 구체적인 메커니즘'으로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이전 연구는 배 뒤에 그물을 끌어 해수면(표층)에 떠 있는 플라스틱을 채집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수심 1m 아래의 상황은 알기 어려웠다.
심해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그 입자들이 어떤 경로로, 얼마나 오래 걸려 그곳까지 도달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수직적 분포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했다.
아주 작은 미세플라스틱(300μm 이하)은 채집 자체가 어렵고,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정밀하게 샘플을 채취할 기술적 제약이 컸다.
이소베 교수팀은 해수면부터 수심 1,000m까지 바다를 12개의 층으로 나누어 각 층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정밀 측정했다.
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가라앉는 두 가지 구체적인 경로를 밝혀냈다.
즉 미세플라스틱이 바닷물의 밀도와 비슷해지는 특정 수심(약 100~300m)에서 가라앉지도 뜨지도 않은 채 20~40년 동안 머물며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물막(Biofouling)이 형성되어 무거워진 입자들이 해저로 가라앉는 경로를 데이터로 입증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의 99%는 행방을 몰랐었다
이 연구 이전에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의 약 99%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사라진 플라스틱(Missing Plastic)'이라 불렀다. 이소베 교수는 이 사라진 플라스틱들이 단순히 바닥에 쌓인 것뿐만 아니라, 중층(Middle layer)에 거대한 '유령 입자' 층을 형성하며 수십 년간 떠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 지구적 플라스틱 순환 모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다.
이소베 아츠히코 교수 연구팀은 해수면부터 심해까지 바다를 여러 층으로 나누어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과 장비를 사용했다.
과거에는 주로 해수면(표층) 위주로 조사했으나, 연구팀은 해수면부터 수심 약 1,000m 이상의 심해까지 바다를 12개의 층으로 나누어 각 층의 미세플라스틱을 동시에 채집했다. 이를 위해 특수 설계된 채집 그물과 장비를 투입하여 특정 수심의 바닷물을 정밀하게 필터링했다.
심해로 갈수록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매우 작아지기 때문에, 연구팀은 일반적인 현미경 관찰을 넘어선 분석 기법을 동원했다.
채집된 입자가 플라스틱인지, 아니면 자연물(모래, 생물 사체 등)인지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여 판별했고, 아주 미세한 입자들까지 놓치지 않고 개수와 크기, 형태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데이터화했다.
측정된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이 해류를 타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수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중층 체류 기간 등)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입증했다.
조사 과정에서 CTD(수온, 염분, 수심 측정기)와 같은 해양 관측 장비를 병행 사용하여,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급격히 변하는 지점의 바닷물 특성(밀도, 온도 등)을 함께 분석했다. 이를 통해 특정 밀도 층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