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열수구에서 해양 생물들이 번성하는 지하 통로 발견...망간단괴 채굴에 걸림돌 될 듯

지렛대를 이용, 해저 바닥을 들어올리는데 성공...수많은 생명체들 발견
해저 및 지하통로를 통해 생물들 이동
"망간단괴 채굴 위해 해저 표면 훼손시 생태계 파괴"

윤구현기자 승인 2024.10.18 16:20 | 최종 수정 2024.10.18 16:24 의견 0
멕시코 서부 해역 수심 2500m 열수구 근처에서 무인 잠수정을 통해 해저 바닥을 뒤짚은 결과 수많은 생물들이 발견됐다. 사진은 해저 표면 바로 밑에서 서식하다가 노출된 관벌레 모습. <Bright et al. (2024)/Nature Communications>


1년 전, 생물학자들은 심해 열수구 근처의 화산암 아래에서 지구 내부에서 분출되는 화학 물질로 인해 관벌레, 게, 홍합이 번성하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들을 발견했다.

새 논문은 어떻게 생명체가 열수구에서 다른 열수구로 확산되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고 사이언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해 주목을 끈다.

핫이슈로 부상한 심해 망간 채굴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열수 분출구는 해저의 마그마에 의해 가열된 화학 물질이 함유된 물을 뿜어내는 해저 구멍을 가리킨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물은 350°C까지 뜨거울 수 있지만 심해의 강한 압력 때문에 끓지 않는다. 이 뜨거운 액체가 바닷물과 섞이면 해저에 갑각류, 연체동물, 벌레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차가워진다.

이 통풍구에 서식하는 생물은 열수구에서 분출되는 화학 물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미생물들에 의존해 생존한다.

연구자들은 이 생물들이 어떻게 수 미터, 심지어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새로 형성된 분출구에서도 서식할 수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해왔다.

이 생물의 유충은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고 있지만, 기존 열수구와 새로운 열수구 근처의 물에서 동시에 발견된 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유충이 지하 통로를 통해 새로운 열수구로 이동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인 피터 기르기스(Peter Girguis)는 “해저는 하나의 현무암 덩어리가 아니라 조약돌 더미"라며 "조약돌 더미 사이로 물이순환한다"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그의 실험실 동료는 15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논문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모니카 브라이트와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의 사빈 골너가 이끄는 연구팀은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서 약 2500미터 아래 해저 열수구를 찾아 소형 로봇 잠수정을 이용해 해저 균열에 있는 유충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좌절한 연구진은 잠수정 조종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조종 가능한 팔에 달린 지렛대를 이용해 현무암 조각을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뒤집힌 조각에서 두 종의 관벌레가 바위 바닥에 매달려 있거나 그 아래 구멍에서 똑바로 자라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한 종인 오아시시아 알비나에(Oasisia alvinae)의 표본이 20cm까지 자랐으며, 조각 위의 해저보다 더 크고 상대적으로 더 풍부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또한 많은 오아시아 알비나에의 유충, 삿갓조개라고 불리는 여러 종류의 완전히 성숙한 연체동물, 다모류라고 불리는 털로 된 분절된 벌레를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해양 미생물학자인 비글로우 해양과학연구소의 베스 오컷은 “이 관찰은 열수구에서 얼마나 많은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추정치가 너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연구진은 분출되는 열수가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조사한 10~20센티미터 깊이의 열수구의 온도가 18°C로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관찰은 유충이 지하 통로를 통해 퍼질 수 있다는 가설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해양 통풍구는 수중 로봇에 의해서도 쉽게 뒤짚힐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심해 채굴로 인해 열수구 지하통로가 쉽게 부서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의 명예 생물해양학자인 로버트 카니는 “해저 표면의 암석들을 부수면 그곳의 동물 군이 멸종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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