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국방홍보원 제공]



중국이 해운·조선·물류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선박에 거액의 입항료를 부과하는 방안,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법제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영국과 독일, 일본 등 경쟁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때로는 적절하게, 때로는 뒤늦게 대응했다. 그 결과는 2차세계대전 이후의 압도적 해양력에서 최근의 취약한 모습까지 드라마틱한 변화로 이어졌다.

당장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작지만 군사적 충돌을 전제했을 때 미국의 해양력은 매우 약하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이 해운조선 분야를 강화해 나가는 과정은 전세계적인 파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의 해운 조선 물류 산업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조선해운을 키우려 하는가

최근 발의된 SHIPS for America Act는 미국의 해운 및 조선 산업을 재건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의 주요 목표는 국가안보 강화, 공급망 안정, 중국 경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등이다.

이 법은 우선 분쟁 시 필수물품과 군수품을 운송할 수 있도록 미국 상선대를 재건하는 게 핵심 목표다.

또 미국내 해운 및 조선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허려는 의도가 크다. 이를 위해 미국 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이고, 숙련된 성원과 조선업 노동자를 양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 무역에 종사하는 미국 국적 선박은 80척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550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적 선박을 250척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들어있다.

이 법안은 미국 해운 및 조선산업을 보호하고 부흥시키기 위한 강력한 전략으로,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체들이 미국의 선박 발주 증가로 인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선 해운 물류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에 비해 어느정도 뒤쳐저 있나

우선 상업용 선박 수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 차이가 노출돼 있다.

조선업 경쟁력에서도 중국은 세계 조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특히 벌크선 및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국내 조선소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상업용 선박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실적이다.

미국은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수수료 부과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전력유지를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 해군은 전력 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함정 유지 보수 문제가 심각한데, 미 해군이 보유한 수륙양용 전투함의 절반이 작전 투입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또 조선업 붕괴로 인한 신규 함정 건조와 기존 함정 정비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은 370척 이상의 함정을 운용하고 있지만 매년 130~150척이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선소 설비 노후화와 인력부족으로 정비작업이 지연되면서 전력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해운조선 분야 근세사는 어떠한가

살바토레 메르코리아노 박사가 중국이 해운조선 분야에서 지배력을 갖추려는 전략적 노력을 조사하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섹션 301 조사와 관련된 조치에 대한 의견으로 제시된 `지캡틴' 3월 21일자 사설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해운조선 분야에서 이처럼 취약한 상태에 처한 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즈음에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당시 미국 상선대는 8% 점유율에 그쳤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수출입 물량이 외국 국적의 선박에 의해 운반됐다. 주로 영국 상선들이었다.

미국 선박은 미국 수출입의 11%만 담당했다. 당시 영국 상선대는 지금 중국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과 독일은 자국 상선대를 징발했고, 미국 수출입은 타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의 주력 수출품이던 면화는 항국에 쌓였다. 미국 주식시장은 닫히게 됐고,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연안 및 내수용 해운산업에 의지했다. 1916년 해운법을 통해 미국은 미국해운조합을 만들면서 해운산업 발전에 나서게 된다. 미해운조합은 연방해사위원회 및 해사당국의 전신인데,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우려는 지금처럼 외국 해운업이 미국의 경제활동을 좌지우지하는데 있었다.

1917년 비상상선대의 창설과 함께 미국은 대규모 조선 프로그램을 운용함으로써 영국의 해양력에 맞서게 됐다.

전시 함대가 평상시에 국제 및 국내 운송용으로 전환하는 걸 보장하기 위해 1920년 존스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국제해운동향을 파악하고, 조선산업을 부흥하고 미국해양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추가적 입법을 거치면서 미국은 2차세계대전을 준비하고, 미국의 무기들을 실어나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해운상선대의 압도적 역량을 유지하는데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1946년 선박매각법에 따라 113척의 배가 동맹국에 매각된다. 1948년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과 일본의 조선소 건립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미국은 해운산업에서 혁신을 지속하면서 컨테이너선, 슈퍼탱커, 크루스선 등을 창조해 냈다. 이 덕분에 전세계는 해운비용의 급감, 한번에 옮길 수 있는 물량의 급증을 경함한다. 1950년 5억톤에서 2000년 60억톤으로 증가했다.

미국은 자체 운송능력을 유지하는 정도였지만 글로벌 해운교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조선업과 국제해운업에 대한 보조금을 종료하고, 600척의 해군함정 유지를 위해 상선건조용 도크를 내어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미국 해운업은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미국의 해운조선을 키우는 대신 미국 정부가 선택한 길은 상선대 건조 및 유지는 포기하고 군사용 조선역량만 유지하는 쪽이었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 함정은 300척 수준으로 내려갔고, 미국의 조선 역량은 부실해 졌다.

중국은 어떻게 조선해운 강국으로 부상했나

이런 와중에 중국이 치고 올라왔다. 전세계 해운 물동량은 2000년 60억톤에서 2024년 120억톤으로 급증했다. 중국은 2003년 해운조선 강국을 선언했고, 그로부터 20년 뒤에는 해양실크로드를 자랑하게 됐다.

미국이 해운조선업에 대해 느긋하게 대처한 건 어느 한 나라가 이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해운 조선 물류 분야에서 집중화 현상이 빚어졌다. 조선 도크는 2007년 이후 60%나 줄었다. 연간 생산가능한 대형선박은 2000척에서 1200척으로 줄었다. 10대 해운사가 컨테이너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는 50%였지만 지금은 80%에 달한다.

UN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중국이 상용 조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를 넘겼고, 수주한 건 75%에 달한다. 중국의 COSC는 국영인데, 전세계에 뻗어있는 해운사다. 중국은 현재 컨테이너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선박수리 분야와 해기사 숫자에서 압도하고 있으며 전세계 항구들을 수집하고 있다.

1차세계대전 전 미국은 해운 분야에서 영국과 독일의 독점력을 인지하고 있었고 전쟁이 발발하자 상선대와 해양력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2차세계대전 전 미국은 1차 대전 때 뒤늦게 대응했던 걸 전철 삼아 조선소가 돌아가게 하고, 해운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조선해운 분야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거라는 구체적인 징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충돌할 경우 적정한 상선대 및 해양산업을 보유하지 못한 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 한국 일본 및 유럽 등 경쟁상대를 딛고 해상무역 조선 및 해운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살바토레 메르코리아노 박사는 지적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조선 업계에는 호재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려 하지만 단기간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 조선소에 군함 및 상선 발주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 부과 등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해운업쳬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와함께 미 해군이 함정 유지보수 문제를 겪고 있어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사업에서 역할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정책이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성안 과정에서 변경 내지 축소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