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의 에베레스트산 동쪽 경사면 일대에서 눈보라에 고립된 등산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가 산을 오르는 모습. 2025.10.06[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네팔·중국 국경지대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에서 거센 눈보라로 등산객 수백 명이 고립된 가운데 인근 네팔 봉우리에서 한국인 등산객 1명이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갑작스럽고 이례적인 눈보라로 인한 조난 사태가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 에베레스트 산의 북쪽(티베트) 사면,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카르마(Karma) 계곡 지역과 해발 4,900m(16,000피트) 근처의 관광 캠프장에서 발생했다.

트레커, 현지 가이드, 야크몰이꾼 등을 포함하여 수백 명 (일부 보도는 거의 1,000명에 달한다고 추정)이 고립됐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이례적인 날씨

10월은 보통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날씨가 맑고 트레킹하기 좋은 시기(성수기)인데, 이번 눈보라와 폭설은 `극심한(extreme) 수준이었으며, 현지 가이드들도 전례가 없다고 언급했다.

폭설로 인해 눈이 1미터(3피트) 깊이까지 쌓여 텐트가 붕괴되거나 길이 막혔고, 고립된 사람들은 저체온증의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 일부 조난자들은 밤새도록 텐트 위의 눈을 치워야 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당국은 경찰, 소방관, 의료진, 그리고 야크 운송팀을 포함한 수백 명의 구조 인력을 투입하여 대규모 구조 작업을 벌였다.

현지 마을 주민들은 야크와 말을 동원하여 눈으로 막힌 길을 뚫고, 고립된 트레커들에게 식량, 온수, 따뜻한 차 등을 제공하며 구출 작업을 도왔다.

수백 명의 트레커들이 단계적으로 구조되어 인근 마을인 취당(Qudang)으로 대피했다.

최대 1000명 고립

에베레스트 북쪽(티베트)에서 발생한 눈보라 고립 사고로 트레커, 현지 가이드, 야크몰이꾼 등을 포함하여 약 900명에서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에베레스트 동쪽 사면의 관광 캠프장(해발 4,900m 이상)에 고립됐던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인원(최종적으로 약 900명)은 대규모 구조 작전 끝에 인근 마을인 취당(Qudang) 등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북쪽 조난 지역 (티베트)에서 고립된 트레커 중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사인은 저체온증과 고산병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극한 기상 상황(눈보라)으로 에베레스트에서 남쪽으로 약 31km 떨어진 메라피크봉(6,476m) 일대에서 한국인 등산객 1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에베레스트 트레커 조난과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같은 기상 이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조된 트레커들 중 일부는 저체온증과 고산병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원인은 습기를 머금은 대기

에베레스트 지역에 이례적인 폭설과 눈보라를 가져온 주요 원인은 열대성 기상 시스템이 히말라야 산맥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폭설은 벵골만(Bay of Bengal)에서 북쪽으로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실어 나른 열대성 기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인도와 네팔을 거쳐 히말라야 산맥 쪽으로 이동했다.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히말라야 산맥에 부딪히면서 강제로 상승했다. 이를 업슬로프(Upslope) 현상 또는 지형성 강수라고 한다.

공기가 높은 고도로 상승하면서 급격히 냉각되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재앙적인 수준의 강수를 만들어냈다.

이 시스템은 낮은 고도에서는 폭우를 유발하여 네팔 지역에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고, 높은 고도에서는 극심한 냉각으로 인해 눈으로 변하여 에베레스트 동쪽 사면에 엄청난 양의 폭설을 퍼부었다.

기후 변화의 연관 가능성

10월 초는 보통 몬순(우기)이 끝나고 건조하고 맑은 날씨가 시작되는 에베레스트 등정의 성수기다. 현지 가이드들은 이 시기에 이러한 폭설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온난화가 더 많은 습기를 대기 중에 보유하게 하여 강수량을 강화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기후 변화로 여름철이 길어지고 10월에도 습기가 많아져, 차가운 공기와 만나 이례적으로 폭설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폭설은 벵골만에서 유입된 대량의 수증기가 히말라야 산맥과 충돌하여 강제로 상승하면서 발생한 지형성 강수의 극단적인 형태였으며, 이는 해당 시기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기상 이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