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독도 물질 시연 [제주도 제공/연합.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도의 해녀들이 물속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단순한 훈련 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녀들은 스쿠버 장비 없이 깊은 바닷속을 잠수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는데, 연구진은 이들의 신체적 특징과 적응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녀들은 잠수 시 심박수가 일반 여성보다 약 50% 더 감소하며, 이는 오랜 훈련을 통해 습득된 능력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주도 여성들은 저체온증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혈압 증가를 억제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징이 해녀들이 임신 중에도 잠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혈압과 저체온증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해녀들의 독특한 적응력이 인류의 건강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일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고령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해수면 아래 20m까지 잠수한다. 그들은 호흡없이 성게, 전복 등을 채취한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은 그들은 일년 내내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든다.

미국 UCLA의 유전학자인 다이애나 아길라르-고메즈(Diana Aguilar-Gómez)는 "그들은 임신 기간 내내 다이빙을 한다"라고 NPR의 아리 다니엘(Ari Daniel)에게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관습이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해녀의 평균 연령은 약 70세이다.

아길라르-고메즈(Aguilar-Gómez)와 그녀의 동료들은 해녀들이 어떻게 놀라운 수중 회복력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단순한 훈련이 아닌 진화가 그들의 능력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과학자들은 해녀들 사이에서 다양한 유전적 특성과 적응적 특성을 발견했고, 이번 달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30명의 해녀들을 제주도에 있는 30명의 나이 든 다이빙을 하지 않는 여성들과, 또 제주도 밖에서 살아온 31명의 나이 든 한국 여성들과 비교했다.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참가자들이 숨을 죽이고 차가운 물이 담긴 그릇에 얼굴을 담그는 `시뮬레이션 다이빙'을 진행했다. 이것은 포유류의 다이빙 반응을 촉발하는데,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혈액을 뇌와 같은 가장 중요한 부위로 집중한다.

연구 공동 저자이자 유타 대학의 유전학자인 멜리사 앤 일라르도는 도이치 벨레의 매튜 워드 아기우스에게 "당신의 몸은 '좋아, 산소공급이 줄어들것 같다. 산소를 가장 필요로 하는 기관에 보관하자'고 말한다"고 말했다.

해녀를 다른 여성들과 비교한 결과, 연구진은 훈련받은 다이버들의 심박수가 다이버가 아닌 여성들보다 약 50% 더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단적인 경우, 한 해녀 여성의 심박수는 단 15초 만에 분당 40회 떨어졌다.

그러나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은 유전적인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평생에 걸쳐 훈련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비슷하게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라르도는 CNN의 케이티 헌트에게 "우리는 그것이 훈련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해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전적 차이를 찾기 위해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그룹에서 타액 샘플을 채취했다. 그들은 제주 출신 여성들이 잠수부이든 아니든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이 아닌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연구자들은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추위에 대한 내성과 관련이 있는데, 해녀들은 다이빙 중 수면 수온이 화씨 50도 이하에 이르는 추운 조건에서 다이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라르도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눈 덮인 날씨에 해녀들이 다이빙하는 것을 보았던 때에 대해 "그들은 아무리 추워도 여전히 물 속으로 나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차이는 혈압과 관련되어 있는데, 제주 출신 여성은 제주도 출신이 아닌 여성보다 저혈압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질 확률이 4배 이상 높았다.

모든 사람의 혈압은 그들이 다이빙을 할 때 증가한다고 일라르도는 CNN에 말했다. 하지만 제주 주민들의 혈압은 덜 오른다.

해녀의 독특한 적응 능력은 만성 질환, 특히 고혈압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는 열쇠를 쥐고 있을 수 있다. 저혈압과 관련된 유전자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는 것은 과학자들이 뇌졸중이나 혈압 합병증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인류학자 벤 트럼블(Ben Trumble)은 워싱턴 포스트의 마크 존슨(Mark Johnson)에게 이 새로운 연구가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