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조선소에서 열린 자위대 호위함 진수식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회의에서 2035년 선박 건조량 목표를 총톤수 기준 1천800만t으로 제시했다고 니케이가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같은 규모는 2024년 908만t의 약 2배 수준이다.
닛케이는 "목표가 실현되면 일본의 세계 점유율이 현재의 13%에서 20% 정도까지 높아진다"며 "일본 선주가 보유하는 선박은 국내 건조로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고 전했다.
현재 점유율 1위는 중국이고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민관 투자 규모 등을 담는 로드맵을 올해 가을까지 책정할 계획이다.
1970~80년대 세계시장 주도했지만
1970~80년대 일본은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했으나, 한국과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1980년대 두 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잇따른 사업 철수로 생산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스미토모중공업과 같은 유서 깊은 기업도 조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일본은 벌크선 분야에서는 한국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는 한국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다.
다만 반복적인 설계와 생산으로 오차율이 낮고 생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노후화와 신규 투자가 소극적이라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력 역시 벌크선 건조 비용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중국은 80 수준으로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열위에 있다.
특히 조선업 종사자의 약 40%가 5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여 기술 전수와 생산 현장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 "국가 안보에 핵심"
일본 정부는 조선업을 '국가 안보 핵심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2035년까지 선박 건조량을 현재의 약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국영 조선소 설립, 1조 엔 규모의 민관 펀드 조성, 차세대 친환경 및 자율운항 선박 개발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이마바리조선이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또한 자율운항기술,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며 기술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인력난, 기술격차...난제 산적
일본이 조선 생산량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실제로 달성된다면 국제 경쟁력 또한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생산량만 늘린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이나 중국을 제치고 '조선 강국'으로 재부상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기자재 공동 조달 등을 통해 원가 절감을 이룰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보다 저렴한 건조 비용을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는데, 생산량 증가를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부는 조선업을 '국가 안보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은 노후화된 설비 현대화, 인력 양성, 그리고 친환경 및 자율운항 선박과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한국에 뒤처져 있지만, 차세대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시장에서는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생산량 증가와 함께 기술 개발이 병행된다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산 선박의 대체 공급처로서의 입지를 세워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일본 조선업은 중국에 비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열위에 있고 고령화로 인해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다.
일본이 고부가가치 선박 부문에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