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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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2025년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극명하게 다른 입장을 드러내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화상연설을 통해 “청정에너지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10%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NDC(국가결정기여)를 발표했다.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를 2020년 대비 6배 확대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연설에서 일부 국가가 역행하더라도 국제사회는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소극적 자세를 겨냥하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각국 정상 앞에서 “녹색에너지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이라며, 풍력·태양광 발전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정상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 전략에서 극단적으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리더십 재편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며 부정한 반면, 시진핑 주석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발표하며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중국의 구심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입장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이 기후 정상회의에 불참하거나 부정적 메시지를 던질 경우, 기후 협약의 이행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기후기술·기후금융 협력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어 일부 국가들은 중국 중심의 협력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개발도상국은 기후 대응에 있어 기술과 재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 미국의 후퇴는 이들 국가의 신뢰와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기후 중견국으로서의 리더십 강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균형 잡힌 외교와 실질적 기후 리더십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 중견국으로서의 리더십 강화와 기후 외교의 다변화를 주문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권, 기술력 세계 상위권 국가로서 중견국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의 기후 대응 후퇴와 중국의 전략적 확장 사이에서 다자주의 기반의 기후 연대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EU, 캐나다, 호주, 아세안 등과의 기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감축 목표의 실질적 이행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를 설정했지만, 이행 속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계와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전방위적 감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김상협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기후위기 대응은 한두 세대에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다. 두 강대국의 엇갈린 행보 역시 세대간 이어달리기라는 긴 호흡으로 본다면 일시적 이탈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는 `인류가 유발한 온실가스로 인해 현재와 미래에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는 과학적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서를 통해 선을 그은 바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