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지역에 대기천 현상으로 인한 폭우에 따른 홍수가 발생해 주택들이 물에 잠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미국 워싱턴주 서부 지역을 강타한 '대기천(atmospheric river)' 현상으로 인해 기록적인 폭우와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다.
13일 외신을 종합하면 2025년 12월 8일부터 시작된 일련의 폭우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길고 강력한 대기천(atmospheric river)에 의해 촉발됐다.
일부 지역은 48시간 동안 7인치(180mm)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올림피아 지역 공항은 12월 8일에 3.03인치(77mm)로 일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워싱턴포스트 AP뉴스 등에 따르면 홍수 수준은 최고 수위인 '주요 홍수 단계(major flood stage)'에 도달했다.
홍수로 인해 가옥이 침수되고, 다리가 유실되었으며, 사태가 발생하여 주간고속도로 90호선(I-90) 등 주요 도로가 폐쇄됐다고 AP News, PBS 등이 보도했다.
밥 퍼거슨(Bob Ferguson) 워싱턴 주지사는 12월 10일 주(州)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 대응을 위해 워싱턴 주 방위군(Washington National Guard) 배치를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12일 주정부의 연방 비상사태 선포 요청을 승인했다.
예상되는 홍수 영향으로 스카짓강 범람원(floodplain) 전체 주민 수만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버링턴(Burlington) 시 전체(약 1만 명)도 임시 대피해야 했다.
퍼거슨 주지사는 "앞으로 며칠 동안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민들에게 즉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주지사는 "이것은 단지 하루나 이틀의 위기가 아니다"라며 수위가 장기간 매우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천(大氣川, Atmospheric River) 현상이란?
'대기천' 또는 '대기의 강'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지구 대기 중의 수증기가 좁고 긴 띠 모양으로 집중되어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말 그대로 '하늘을 흐르는 강'과 같다.
대기천은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층이 중위도나 고위도 지역으로 운반되는 길고 좁은 통로다.
일반적으로 길이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폭은 수백 킬로미터 정도로 좁은 편이다.
대기천이 운반하는 수증기량은 엄청나서, 강력한 대기천 하나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강이나 미시시피강 어귀의 평균 유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수증기 형태로 운반할 수 있다.
대기천은 전 세계 남북 방향 수증기 수송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지구 물 순환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주로 열대 지역의 따뜻한 바다에서 강력한 증발로 인해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상승한다. 이 수증기가 대기 순환, 특히 제트 기류(jet stream)와 같은 강한 바람의 흐름을 따라 좁은 띠 형태로 중위도 지역까지 운반된다.
대기천이 해안가에 도달하거나 산맥(예: 미국 서부의 산맥)과 같은 지형을 만나 상승하게 되면, 공기가 냉각되면서 수증기가 급격하게 응결된다. 응결된 수증기는 비나 눈의 형태로 막대한 양의 강수를 단시간에 쏟아낸다.
특히 강한 대기천이 산사태 취약 지역이나 범람원(floodplain)에 오랫동안 머물 경우, 대규모 홍수, 산사태, 도로 유실과 같은 치명적인 자연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
모든 대기천이 위험한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해당 지역의 물 공급원(저수지, 지하수, 적설량)을 채워주는 가뭄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