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조선업> ① 한화그룹,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국내기업 최초 미국 조선업 진출

<편집자 주> NO. 1 한국 조선산업이 돌아왔다. 해양플랜트 분야 저가 수주 경쟁의 여파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주츰하던 조선업에 활기가 완연하다. 한국 조선업의 강점과 전망을 짚어본다.

윤구현기자 승인 2024.06.24 17:14 | 최종 수정 2024.06.28 16:34 의견 0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24일 오전 8시 경남 거제도 한화오션 조선소 앞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이 품어내는 활기로 가득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자전거로 도보로 정문을 향하는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활기차다.

글로벌 No1 한국의 조선업이 돌아왔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의 저가 경쟁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었던 어제의 모습은 이제 씯겨 나가고, 그 자리에 `슈퍼 사이클'의 활기찬 모습이 가득하다.

한화오션의 대변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우조선의 새 이름 `한화오션'의 약진이다.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지난 6월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100%)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하며, 인수금액은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원)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필리 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社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의거해 美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업체다.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지난해 7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상풍력설치선 철강 절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 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에 있어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선 및 함정 시스템 관련 스마트십 솔루션인 ECS(통합제어장치)·IAS(선박 자동제어 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해양시스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선 라인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상선에서 무인수상정·함정 등 특수선 시장까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세계 함정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시스템 통합 및 제조 등 첨단 방산 기술 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함정전투체계 개발부터 후속 군수지원 플랫폼까지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인 한화시스템은 압도적인 역량으로, 필리 조선소 인수를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해양 시장의 주역이 될 것을 자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할 계획이다.

필리 조선소가 강점을 가진 중형급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분야로 수주를 확대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 기술, 스마트십 기술, 스마트 야드 기술 등을 필리 조선소에 효과적으로 접목함으로써 북미 지역에서 압도적인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탈바꿈시켜 나갈 예정이다.

필리 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 도크는 향후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효과적 사업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함정시장은 해군 함대 소요 대비 생산 공급 부족으로 함정 건조 설비 증설 니즈가 있는 상황이다.

한화시스템 어성철 대표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 및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며,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해군 선박 수리 참여 확대

최근 방한한 미국 해군장관은 미국 함정들에 대한 정비 및 관리에 한국 조선업체들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어 한국의 주요 조선사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에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미국과 중국 갈등의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조선업에 대한 시선이 확 달려졌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조선가가 역사상 최고점에 근접하고 있고, 국내 조선사들으 수주도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둔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 조선 지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의 `볼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중국 조선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조선업이 반사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조선사들의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했다.

한화오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52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으며, HD한국조선해양도 1분기 영업 흑자(1천602억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조선주의 상승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확대로 보조금, 세금 지원 등에 따른 중국의 저가 공세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장기적으로 선가를 올릴 수 있는 유인"이라며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조선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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