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양식장 모습. 이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아래 기사와 아무런 관련 없음 [국립수산과학원/연합뉴스]


"굴 1kg당 유리섬유 입자 1만 1220개"

굴과 홍합에서 우려할 수준의 유리섬유 입자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이다.

어패류에서 유리섬유 또는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인류이 생활을 편리하게 바꿔주었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얼굴을 바꿔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물에서 다량으로 발견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최근 과학전문매체인 `phys.org'에 따르면 연국 브라이튼 대학과 포츠머스 대학은 환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영국 남쪽 해안의 치체스터 항구 인근에서 굴과 홍합 등 바다생물을 수집한 해 분석했다.

고해상도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는 기법을 동원해 보니 굴 1kg당 최대 1만 1220개의 유리섬유 입자가, 홍합에서는 1kg당 2740개의 입자가 발견됐다.

굴과 홍합이 유리섬유를 먹이로 착각해 대량의 입자를 섭취한 결과다.

문제는 굴과 홍합을 최종 소비자인 사람이 먹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진다는 점이다.

유리를 섬유처럼 가늘게 뽑은 유리섬유는 가벼우면서도 튼튼해 낚싯대, 우산 등 생활용품, 항공기 미사일 차량 등 공삼품에 사용된다.

유리섬유는 피부, 눈, 코 등을 자극하며 심하면 폐질환, 암 등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소화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염증을 증가시킴으로써 생식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세포 성장 및 전이 가속화"

체내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를 가속화하고 면역억제 단백질 증가 및 항암제 내성을 일으켜 위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은 지난 2022년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 자폐스텍트럼 장애 유발 등 미세플라스틱의 인체영향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에 주목하고 미세플라스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일화용품 등에 쓰이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폴리스틸렌을 인체 세포에서 얻은 위암 세포주에 4주간 함께 둔 결과 폴리스틸렌이 위암을 악화시키는 것을 입증했다.

폴리스틸렌에 노출된 위암 세포는 노출되지 않은 위암 세포에 비해 최대 74% 더 빨리 자랐고, 전이는 최대 3.2~11배 많았다.

연구팀은 폴리스틸렌을 먹인 실험용 쥐의 위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위 세포와 상호작용하여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관찰했다.

"세포 죽이는 신경독성 유발"

몸 안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뇌로 올라가 신경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내기도 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지난 2021년 동물실험과 면역반응 분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마이크로미터 이하 메세플라스틱을 실험용 쥐에게 일주일 동안 경구 투여하고 생체 변화를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쥐의 신장과 장은 물론 뇌에까지도 올라가 축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에는 위험한 물질이 혈액을 타고 들어오는 것을 걸러내는 `혈액-뇌 장벽'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2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플라스틱은 이를 뚫고 뇌에까지 들어가 쌓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체가 아닌 미세플라스틱 같은 고체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조직에까지 들어가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