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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만난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경주=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한다. 최대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GPU를 한국이 우선으로 받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주권형(소버린) AI 구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국내 기업들과 6세대 이동통신(6G), 의료, 양자컴퓨팅 부문에서도 폭넓게 협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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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젠슨 황 접견 (경주=연합뉴스)
 
 
◇ 최신 블랙웰 GPU 우선 할당할 듯…'AI 팩토리' 설립
3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날 국내외 미디어를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인프라·기술 발전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한국은 26만개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을 활용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동차·제조·반도체·통신 등 주요 산업의 AI 개발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는 게 골자다.
먼저 정부는 최대 5만개 GPU를 배치해 기업과 산업의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개의 GPU를 도입한다.
엔비디아 측은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의 전체 AI GPU 수량은 6만5천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가 될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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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블랙웰 NVLink72 들고 나타난 젠슨 황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5.1.7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을 중심으로 GPU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데다, 국내에 들여올 GPU의 물량이 상당한 만큼 최종 공급까지 리드타임(소요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우선 GPU를 할당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GPU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로, 'RTX 6000 시리즈'도 일부 혼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추산으로 GB200의 가격이 대략 3만∼4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 공급 규모는 10조∼14조로 추정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 '하드웨어 딜'을 넘어 '플랫폼 동맹'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와 4개 기업은 GPU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가 내세운 개념으로,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와 달리 지능(Intelligence)을 생산하는 장소다.
과거 전기가 산업혁명을 움직였다면 오늘날은 AI 팩토리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엔비디아의 생각이다.
앞서 단순 칩 제조회사가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한 엔비디아가 각국의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하고 있어, 이 같은 협력으로 한국의 소버린 AI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낙점한 데는 반도체·제조·통신·게임·AI 스타트업 등 탄탄한 밸류체인과 AI 인프라를 실제 산업으로 전이시킬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삼성, 반도체 생산 지능화…정부·현대차 '피지컬 AI' 투자도
삼성은 엔비디아와 5만개의 GPU를 탑재한 업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해 AI 기반 제조 혁신을 실시한다.
또 오픈소스 기반 대형언어모델(LLM)인 네모 트론(NeMo Tron)과 쿠다(CUDA)-X, 옴니버스 등 엔비디아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 속도와 수율을 개선하는 디지털 트윈도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 코스모스와 아이작(Isaac) 로보틱스 플랫폼을 이용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양사 협력과 관련해 "엔비디아는 이미 AI 시대를 내다본 혁신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엔비디아와 함께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과 혁신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설계한다.
이 팩토리는 반도체 연구 및 생산, 클라우드 인프라 발전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GPU를 활용해 국내용 소버린 AI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국내 제조사들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의 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 거대언어모델(LLM) 등 학습·추론, 3D 시뮬레이션 기능을 두루 갖춘 '산업용 AI 서비스 공급 사업자'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그룹은 엔비디아와 AI를 국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엔진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이 규모, 속도, 정밀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차세대 메모리,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를 구동할 블랙웰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5만개의 블랙웰 GPU를 탑재한 이 AI 팩토리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거대 모델들을 훈련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차의 AI 전환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정부와 국내 피지컬 AI 분야 확장을 위해 30억달러(약 4조3천억원)를 공동 투자한다.
◇ LG전자도 합류…韓기업과 6G·양자컴퓨터 분야 협력
LG그룹도 로보틱스와 의료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특히 엔비디아와 LG는 로보틱스 기술을 발전시키고,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해 스타트업과 학계의 암 진단 연구 생태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NCAI, SK텔레콤, 업스테이지와 엔비디아의 네모 트론 등을 활용해 소버린 LLM을 개발한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는 AI 네이티브(내장) 6G 무선 네트워크, AI 무선접속망(RAN) 개발에도 협력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연세대학교가 함께한다.
엔비디아는 "통신망은 모든 국가의 핵심 인프라이자 경제 전체의 디지털 신경망"이라며 "6G는 통신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그것은 실리콘(반도체 칩)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전 과정이 AI 네이티브 형태로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와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국가 슈퍼컴퓨터 '한강'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연구도 추진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 세션 무대에 올라 이러한 내용의 대규모 협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