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트 CSIS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한미일 3국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석유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7광구 석유가스에 대한 한일 공동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벌인 해양굴기를 상기하면 7광구를 대상으로 한 한일 공동개발협정에 따라 적어도 공동탐사를 조기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7광구를 대상으로 1974년 한일 양국간 맺어진 공동개발 협정은 일본측의 미온적 태도에 따라 유명무실한 상태이며 2028년 종료를 3년 앞둔 올해부터 한 쪽이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할 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돼 왔다.

바이든 정부는 한일간 협력을 통한 한미일 안보동맹을 발전시켰지만 7광구 개발에 대해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석유가스 개발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어도 7광구 내 작은 수역에서라도 탐사를 시작해 7광구 자원량에 대한 추정을 해보는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5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에서의 한미일 에너지협력(Resilient allied energy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을 주제로 정책담당자 전문가 학자 등을 불러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함의, △공동개발해역에서의 한일 협력, △한미일 3국의 민간핵협력 등을 주제로 열렸다.

세 세션 중에 두 번째 세션이 한일 JDZ(공동개발구역) 해역에서의 한일 협력 문제를 다루면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JDZ에서 한일 공동석유개발 협정은 2028년 만료가 예정되어 있어, 한국에서는 그동안 뜨거운 이슈가 되어 왔지만 일본이 응해주지 않아 애만 태워왔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Drill !, Baby, Drill ! 정책을 천명하면서 해저석유개발도 장려하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잡히면서 한일간 JDZ에서 석유공동개발 의제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국가정책의 목표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 견제에 두고 있는데, 2028년 한일간 JDZ협정이 끝나면, 중국이 치고 들어올 수 있으니,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JDZ 인근 해역에서 중국은 석유채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론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앨런 킴 CSIS 선임연구원(사회) : 한일 양국은 1978년 7광구를 공동으로 탐사개발키로 합의했다. 이 협정은 2028년 종료될 수 있고, 이에 3년 앞선 올해 상대측에게 종료를 통보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사실상 종료될수도 있다. 미 의회 아미 베라 하원의원, 해양법 전문가인 와세다 대학 세타 마코토 부교수, 한국 국토부의 오성익 국장을 모시고 토론을 진행하겠다. 바이든 행정부때 한미일 관계 좋았는데, 트럼프행정부에서 어떨지 전망해 달라.


아미 베라 의원 :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는 힘들다. 순간순간 바뀐다. 바이든때 3국은 협력강화에 노력했지만 트럼프 집권 1기였던 8년전 한일관계는 어려웠다. 하지만 바이든 들어서 한미일 관계는 캠프데이비드 협정이 상징하듯 매우 좋았다. 지금은 3국 모두 정권이 바뀌었다. 트럼프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다.

입법 쪽에서 보자면 3개국 의원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행정부는 바뀌지만 입법부 의원들은 오래 있기 때문에 입법부 교류는 중요하다.


사회 : 세타 마코토 교수에게 묻겠다. 한일협정이 일본에게 갖는 의미는 뭔가? 일반인은 잘 모르는데, 협정을 설명해 달라.

세타 마코토 부교수 : 1974년 협정이 맺어졌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다. 2차대전 이후 대륙붕이라는 개념이 발전하고 있었다. 1972년 미국과 일본은 중국인민공화국을 중국의 대표로 택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일본과 한국은 석유와 가스를 공동개발하는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1969년 유엔은 동중국해에 엄청난 양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두 나라는 공동개발 협정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배타적경제수역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EEZ는 영토로부터 200해리로 그어진다. 7광구에 상업적으로 가치있는 개발을 위한 자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2010년 이래 영업권자 지정을 하지 않고 있다.

2028년이 되면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게 된다. 3년전에 이를 통보할 수 있다. ICJ(국제사법재판소)가 지난해 내린 니카라구아-컬럼비아 경계선에 관한 판결에서 보듯이
한국에서 200해리가 넘는 수역이자 일본에서 200해리 이내인 해역에 대해서는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그렇고, 다른 두가지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지정학적 변화이다. 1974년 중국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슈퍼파워다. 중국이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권원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을 고려하자면 협정을 유지하는게 유리할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과 일본은 파리협정 서명국이라는 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사회 : 이 협정이 한국에 갖는 의미는 뭔가?

오성익 국장 : 미래에 어떤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고 싶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게임이 되는 접근에 대해 말이다. 높은 위험성의 투자를 감행하는 게 석유업계의 관행이다. 게다가 한일 모두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인근해역에서 석유가스를 개발한다면 한일 모두 자원을 수입하는데 있어 비산유국이라는 데서 시작하는 아시아프리미엄을 줄일 수 있다.

또 공동개발이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 일본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에 진출하려 한다.

중국 해군은 동중국해와 함께 동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또 미국은 동중국해 및 동해에 충분한 해군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 조선소에 이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협조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슈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일본이 공동개발에서 이탈한다면 한국 국민의 반일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가 한미일 협력에 적극 나설 동력이 없어진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전례를 봐라. 둘 다 나토 회원국인데 북해 대륙붕에서 대타협을 통해 경계선을 획정했다. 해저의 형태는 무시해 버렸다.

공공개발구역 폐지는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처사다. 또 미국 세일가스의 동아시아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세일가스와 러시아의 가스파이프라인은 경쟁적 관계다. 한미일 협력이 약화되면 러시아 가스가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동아시아에 연결되는건 시간문제다. 이렇게 되면 미국 세일가스는 밀려날 수 있다. 미국 가스회사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공동개발구역 발전에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경계선 획정을 성공적으로 중재한 경험이 있다. 미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미국과 북한은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한쪽 동해에 LNG파워플랜트를 짓거나 북한쪽 서해에 대한 미국기업의 해저 가스석유개발을 얘기할 수 있다. 공동개발해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에너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를 희망한다.

사회 : 한미일 3국간 협력을 위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베라 의원 : 이 문제에 대해 바이든정부와 한일 양국에 얘기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의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트럼프 행정부에게 왜 기회가 될 수 있는지 얘기해 보겠다.

일본은 이론적으로 2028년 폐지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양국간 파국으로 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양국간 관계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건 분명하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암초를 개발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협정은 그런 기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가스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교수님이 말하는대로 개발이 쉽지 않겠지만 미국 석유회사들은 개발에 관해 능력이 크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타협할 가능성은 없는가?

만약 미국회사가 개발에 나서면 중국은 왜 우리해역에 들어왔냐고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우리는 남중국해 이슈에서 본 것처럼 동중국해 공동개발구역에서 천천히 행동해도 될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이 이미 탐사를 시작했다면 문제는 복잡해졌다고 본다. 한국와 일본에 대해 이 해역은 논란이 있는 해역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시급성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가스에 대한 의지를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삼각협력을 통해 탐사에 나서고 일종의 영역표시로 작동한다면 중국이 도발이라고 간주하면서도 중국이 우리도 탐사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급성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바이든 때보다는 확실히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타 마코토 부교수 : 해양법 전문가로서 외교적, 상업적 이슈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다. 두 나라 사이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현상유지다. 한쪽에서 협정 종료를 선언하지 않는한 상황은 유지된다. 두번째는 일본이 종료를 선언하는데, 해당 해역에 대한 새로운 규율이 없는 상태다. 법적 공백이 생기는 거다. 이건 최악이다. 남중국해에서 일어난 걸 보면 최악이다.

한국 일본이 중국과 대적하는 건 어렵지만 두나라가 협력하고 미국을 끌어들인다면 얘기는 다르다. 세번째 옵션은 새로운 라인을 긋는 것이다. 일 정부로서는 세번째 옵션이 첫번째 옵션 대비 바람직할 것이다.

해역에 대한 탐사는 세 나라간 협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미국을 3자로 포함시켜 자원매장량을 추정해 보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성익 국장 : 베라가 얘기하는 미국 기업의 참여 방안을 생각해 보자. 일본 정부가 최근 법을 바꾸어 일본기업만 해저 개발을 할 수 있는데서 탈피해 미국회사가 일본에 지사를 두면 탐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가 종료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번 종료되면 동중국해는 남중국해처럼 인근 모든 나라 사이의 골칫덩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다루기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존재는 한국 일본간 게임에 미국 정부를 끌어들이는 것이고,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괴롭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CSIS토론회에서 이윤호 KIOST 미국연구소장이 한일 공동개발을 위한 한미일 협력방안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일본 측 발표자의 발표자료에서 나타난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방청객 : 미국 회사의 관심이라는 게 실재냐 가정이냐

베라 : 미국 회사들과 얘기한 건 없다. 바이든 정부에서 거기까지 간 것은 없다. 단지 미국기업의 참여가 갖는 지정학적 전략적 의미를 생각해 본 것이다. 나는 업계 사람이 아니다. 단지 탐사를 하는 행동이 여기는 중국 해역이 아니다라는 보편적 인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이윤호 KIOST 미국연구소장 : 일본 교수가 제시한 지도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우선 세타 마코토 교수가 제시한 공동개발구역내 중간선에 이견이 있다. 과학적인 얘기인데, 두 나라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유엔 해양법위원회는 해저에 대해 다르게 해석한다. 이를 반영해야 한다.

두번째는 과학적인 질문은 아니지만 중국이 7광구 바로 밑에서 유정을 가동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상당량의 석유가스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광구에서도 상당량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즉 탐사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3국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KIOST는 공동개발구역 탐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질문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조사를 하는 방안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참여는 환영되어야 한다. 미국은 탐사에서 옵저버 내지 자문으로 참여해 한국과 일본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코토 부교수 : 일본 기업들은 이미 이 지역에서 석유가스 개발하는 데 있어 손을 들은 것 같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타협 같은게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 : 오늘 이 협정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걸 알게됐다. 이 해역이 남중국해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당국이 마주 앉아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라 의원 발언처럼 의회 차원에서 얘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한 것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베라 : 의회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측 카운터파트와 얘기를 해오고 있다.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바이든 때에 비해 트럼프 집권기에 관심을 끌기가 훨씬 쉽다. 작은 해역에서라도 탐사를 시작해 부존 자원의 규모에 대해 추정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늦으면 늦을 수록 중국은 야금야금 접근해 들어올 것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