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미국이 중국의 조선산업에 대한 압박에 나서면서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수혜가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조선이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전체 수주량의 4분의 3 가까이 차지하면서 독주하고 있는 중국이 당국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엎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정교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강하다.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우리 산업계에서 중국의 추격을 막아내고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선업계 안팎의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급성장한 중국의 조선업
MS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신조계약이 1억 3300만 GT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작년에 9800만 톤의 수주를 확보했는데, 이는 전체의 4분의 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점유율은 83%였고, 한국이 13%를 차지했다. 원유 및 화학 탱커의 경우 중국이 76%, 한국이 16%를 차지했다.
건화물선에서는 일본이 19%로 2위를 차지하며, 중국(78%)에 크게 뒤처졌다. 가스 운반선의 경우 중국과 한국이 각각 48%와 50%를 차지하며 고르게 나타났다. 자동차 운반선의 비중이 가장 높아 중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85%에 달한다.
크루즈선의 경우 유럽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중국에 대한 미국 압박으로 판도 변화 불가피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이미 조선업 기반을 잃은 상태이다.
제안된 관세가 실행된다면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된 모든 수입이 미국의 관련산업 부흥에 사용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가 많아 어떻게 될 지 두고봐야 한다.
작금의 호황 이후 글로벌 주문량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중요하다. 1분기 실적을 보면 신조선 붐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어찌됐든 당분간 중국이 조선산업을 리드하겠지만 다음에 계약 물결이 다시 몰아칠 때 어떤 양상이 빚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관련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대표적으로 서진하고 있는 산업이다. 물량 규모로 볼 때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을 거쳐 일본을 지난 다음 한국을 거쳤다가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조선업이 이미 쇠퇴했기 때문에 군함을 새로 건조하고, 전략상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협업이 불가피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최근의 물량 급증으로 매우 붐비는 상황이지만 군사용 함정의 경우 건조를 위한 도크를 확보하고 있고, 상용선의 경우 딜리버리 일정 조정을 통해 미국의 수요를 부분적으로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호황기를 활용해 기술적 격차를 더 벌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노동자로 대체함으로써 안정적 운영의 기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HD현대의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사이클이 큰 산업인 만큼 호황 때에도 불황 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조기반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활용하되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우를 범하지 않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