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항공우주산업 등에서 협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두 그룹 모두 호반그룹과 갈등 관계인 점을 비춰 호반에 맞서 우군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지난 25일 동반 성장·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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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한진그룹, 동반 성장 위한 MOU 체결 [LS 제공]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두 그룹은 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각자의 핵심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상호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두 그룹은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한 항공우주산업 기술 고도화, 도심항공교통(UAM) 충전인프라 구축, 항공운송 수단의 친환경 인프라 확대 및 전기화 기술 협력, 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각 사의 인적·물적 자원과 네트워크 등의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각 사업 영역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 성공적인 협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양측 모두 "사업 측면에서 동반성장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서는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진그룹과 LS그룹 모두 호반그룹과 껄끄러운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의 모기업으로, 대한전선은 현재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5년8개월간 이어졌던 양사간 부스덕트 관련 특허침해 소송은 최근 LS전선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3% 미만 수준에서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양사 간 갈등이 확산했다. 호반그룹은 이를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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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사옥 [호반건설 제공]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지분율 17.90%)로, 호반건설은 앞서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을 대량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달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호반건설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두고 한진그룹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호반건설이 앞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는 만큼 항공업에 또다시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호반이 경영권 흔들기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출발은 사업 협력이지만, 나중에 (경영권 분쟁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미리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두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LS그룹은 범LG가(家)인 LIG그룹과도 전략적 제휴 및 포괄적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방위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각자의 핵심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상호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LS그룹이 향후 경영권 분쟁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백기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