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행정부의 해운조선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해양력의 해체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해운조선 분야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측면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철저한 규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오픈마켓연구소(Open Markets Institute)는 28일(현지시간) 교통정책 분석가 아르나브 라오(Arnav Rao)가 작성한 보고서 `새로운 항로 설정: 안보와 번영을 향한 미국 해양 정책의 방향 전환(Charting a New Course: Steering US Maritime Policy Towards Security and Prosperity)'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의 해양 역량이 체계적으로 해체된 과정과 이로 인한 심각한 국가 안보 및 경제적 결과를 상세히 기술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라오의 조사 결과 미국 국제 무역의 약 80%가 중량 기준으로 해상 운송되고, 군사 장비와 물자의 거의 90%가 선박으로 운송되지만, 미국은 현재 전 세계 대형 상선의 0.13%만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현재 전체 신규 선박의 60%를 건조하고 있으며, 조선, 컨테이너 생산, 항만 크레인 제작 등 해상 물류의 모든 핵심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라오는 아테네의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의 말을 인용하며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모든 것을 지배한다" 라며 "그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은 매우 적은 것을 지배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해상 전력 약화를 의도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중 핵심은 한때 효과적이었던 해상 운송을 공공 서비스로 규제하는 규제 체계의 해체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외국 소유의 카르텔이 해상 운송로를 장악하고, 미국 국적 선사를 약화시키며, 미국의 소규모 해운사, 농부, 제조업체가 국제 무역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없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라오는 이러한 취약성이 COVID-19 팬데믹 동안 어떻게 최고조에 달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외국 해운연합은 수억 달러 상당의 미국 농산물 수출을 거부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중국행 화물을 선호했다. 이로 인해 미국 부두에서 식품이 썩어가고 해외 운송업체는 횡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군사 작전을 지원할 미국 국적 함정과 자격을 갖춘 선원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4년 해군은 민간 승무원 부족으로 지원 함정 17척을 계류해야 했다는 것이다.
태평양에서 대규모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100척 이상의 유조선이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 가능한 유조선은 15척 미만이다.
라오는 의회와 백악관이 현재 제안한 온건한 개혁안, 즉 중국 소유 선박에 대한 관세 부과와 미국 조선소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이 불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라오는 "이것은 단순히 투자나 관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국가적, 경제적 필요에 맞춰 해상 운송을 규제하는 것이다. 20세기 대부분 동안 우리가 성공적으로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주문했다. 즉 △조선, 항만 인프라, 선원 훈련에 대한 강력한 공공 투자의 부활 △연방해사위원회의 활성화에 따른 공정시장 규칙의 회복 △군사적, 경제적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미국 국기 상선대 재구축 △외국 해운 카르텔의 지배를 끊기 위해 반독점법 집행 재개 등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