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범람한 미 텍사스주 샌 가브리엘 강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미국 텍사스에 집중 호우가 발생, 사망자가 최소 71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어린이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실종자는 최소 41명이며, 특히 '캠프 미스틱'이라는 여름 캠프에 참가했던 여자 어린이 11명과 지도교사 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주요 피해 지역은 커 카운티로, 이곳에서만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외 트래비스 카운티, 버넷 카운티, 켄들 카운티 등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재산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과거 텍사스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하비(2017년) 당시에는 최대 1000억 달러(약 112조 7,200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홍수 또한 많은 주택과 상점, 도로, 차량 등이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구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과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커 카운티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기상청은 앞으로 24~48시간 동안 추가 강우 가능성을 경고하며 추가 홍수 발생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45분만에 수위 8m 높아져

텍사스에서 발생한 극심한 집중호우 (Extreme Rainfall)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 몇 시간 만에 300mm 이상, 많게는 500mm가 넘는 비가 내린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해당 지역의 평년 몇 개월치 또는 1년치 강수량에 해당한다.

과달루페 강은 단 45분 만에 수위가 8m 이상 급상승하며 주변 지역을 덮쳤다. `100년 만에 한 번 올 법한 규모'의 강우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열대성 저기압 '배리'의 잔재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멕시코를 강타했던 열대성 폭풍 '배리'의 잔재가 텍사스로 유입되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했고, 이 수증기가 제트기류에 의해 빠져나가지 않고 텍사스 중부 상공에 정체되면서 폭우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텍사스 힐 컨트리의 지형적 특성도 거론된다. 텍사스 힐 지역은 구릉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가 내리면 물이 빠르게 언덕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특성이 있다. 또 오랫동안 가뭄을 겪어 토양이 매우 단단하고 건조한 상태였다. 이런 토양은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스며들지 않고 마치 콘크리트 위를 흐르듯이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유출되어 홍수를 더욱 악화시킨다.

좁은 강 유역도 눈여겨 봐야 한다. 빠르게 흘러내려온 물이 좁은 강 유역으로 집중되면서 강물이 순식간에 범람하게 되는데, 과달루페 강은 이러한 지형적 특성상 급작스러운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국지적으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이벤트 증가

기후 변화의 영향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이번 홍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폭우가 내릴 때 더 많은 비를 쏟아낼 가능성을 높인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 이벤트가 불균일해지고, 특정 지역에 국지적으로 집중되는 극한 강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중 많은 사람들이 강변 캠핑장을 찾았던 시점에 새벽에 기습적으로 발생하여 피해가 더욱 컸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