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대 프라이데이하버(Friday Harbor Laboratories)에서 찍은 해바라기 불가사리의 밑면. <사진제공=데니스 와이즈/워싱턴 대학교>
해바라기 불가사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불가사리로, 최대 24개의 팔을 가지고 있으며 자전거 타이어 크기로 자란다.
북미 서해안을 따라 분포한 이 종은 2013년부터 다른 불가사리 종들과 함께 전염병으로 몰살했다. 증상은 끔찍했다. 팔이 뒤틀린 후 완전히 떨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불가사리 전염병은 최대 20종에 걸쳐 수십억 마리를 죽였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대학교 뉴스에 따르면 이 질병은 한때 흔했던 해바라기 불가사리의 90% 이상을 멸종시켰으며, 미국 본토에서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여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멸종 위기종에 오를 정도였다.
불가사리는 다시마를 먹는 성게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해바라기 불가사리의 소멸은 성게의 번성을 통해 다시마 숲을 초토화시키는 식으로 해안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불가사리 소모병(sea star wasting disease)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8월 4일, 워싱턴 대학의 과학자들을 포함한 국제 연구진이 마침내 비브리오 펙테니시다(Vibrio pectenicida) 균주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냈다. 비브리오는 인간뿐만 아니라 산호와 조개류를 황폐화시킨 박테리아다(예를 들어, 콜레라 비브리오는 콜레라를 유발하는 병원체다).
연구원들은 이 발견을 학술지(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논문 공동 저자이자 워싱턴 대학교 수산수산과학부와 프라이데이 하버 연구소의 부교수인 드류 하벨(Drew Harvell)은 "내게 있어 이 발견은 10년이 걸린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비브리오는 다른 박테리아처럼 조직학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교활하다"며 "초기 연구에서 우리는 범인이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이러스보다 더 흔한 박테리아 그룹에서 병원체를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워싱턴대학 뉴스에 말했다.
비브리오(V. pectenicida) 균주 FHCF-3를 원인 물질로 보여주는 결과는 4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나왔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가능한 많은 병원체를 조사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해양 질병 생태학자인 수석 저자 알리사 게먼(Alyssa Gehman)은 "노출된 불가사리와 건강한 불가사리 사이의 체강액을 살펴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비브리오다"고 말했다.
하벨은 팀의 성공 요인으로 △ 미국 지질국(USGS)의 적절한 시설 △ 병리학, 바이러스학, 세균학 경험이 있는 유능한 연구팀 △ 공동 저자인 워싱턴 대학교 선임 연구 과학자인 제이슨 호딘(Jason Hodin)이 사육 중인 해바라기 불가사리를 포함하여 올바른 실험 동물 공급 등으로 꼽았다.
공동 저자이자 워싱턴 대학교 수생수산과학부 박사과정 학생인 그레이스 크랜달(Grace Crandall)은 " 4년 동안 대부분의 실험에서 거의 모든 불가사리에 대한 건강 데이터를 하루에 두 번 관찰하고 수집했다"며 "불가사리를 좋아했고 어린 시절부터 질병에 매료됐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은 꿈이 실현이다"고 말했다.
비브리오(V. pectenicida)가 범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공동 저자인 에이미 찬(Amy M. Chan은 아픈 불가사리의 체강액에서 비브리오(V. pectenicida)의 순수 배양물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배양된 병원균을 건강한 불가사리에 주입했고, 불가사리 소모성 질병의 증상이 곧바로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
브리티쉬컬럼비아 대학의 진화 생태학자인 수석 저자 멜라니 프렌티스(Melanie Prentice)는 "수십억 마리의 불가사리를 잃으면 생태학적 역학이 실제로 바뀐다"며 "해바라기 불가사리가 없으면 성게 개체수가 증가하여 다시마 숲의 손실로 이어지며 이는 성게에 의존하는 다른 모든 해양 생물과 인간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불가사리를 잃는 것은 단일 종의 손실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불가사리 소모성 질병과 해양 온도 상승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