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수출 중심 경제 성장 공식이 이제는 관세로 인해 통하지 않는다"며 "일본과 협력하면 6조달러(약 8638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 수십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한일 경제연대와 성장지향형 규제 전환, 인공지능(AI) 투자, 해외 인재 유입과 메가 샌드박스 등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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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유튜브 삼프로TV·언더스탠딩·압권 3개 채널에 출연해 한국 경제성장 전략과 APEC CEO 서밋을 소개하고 있다. 2025.10.26 [SK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 회장은 이날 유튜브 삼프로TV·언더스탠딩·압권 3개 채널 연합 인터뷰를 통해 "옛날처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자유무역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장 먼저 강조한 한일 경제연대는 경제 블록화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세계 4위 규모의 경제 블록을 형성해 대외 여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구상이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 블록을 주장해왔다.
그는 앞서 "지금 (세계 경제) 룰을 결정하는 것은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정도이고 우리는 그 룰을 테이크(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 국제 질서나 룰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규제의 재설계'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을 무조건 보호하는 정책은 낡은 방식"이라며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별로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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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한미 기업인들 (워싱턴=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5.8.26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AI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에 대해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연상된다며 "양국은 AI 투자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해야 할 투자는 해야 한다"라며 "AI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으며 관련 투자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한편, 메가 샌드박스를 도입해 가로막힌 성장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역에 메가 샌드박스를 만들어 AI 실험장과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해외 인재가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무르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린카드 등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마진이 높은 소프트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한식 산업화 등 소프트머니를 발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이유도 공유했다.
그는 "선친이신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께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며 "기업은 단순히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하고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관해 최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한 APEC 회원국 정상이 모여 많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미중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를 짐작할 가늠자가 될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은 1천70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보호무역주의 시대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인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은 대한상의 주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