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고래 <NOAA>



수백 년 사는 고래의 비밀이 서서히 볏겨지고 있다.

29일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북극고래(Bowhead Whale)는 20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다. 이 고래는 거대한 덩치(80톤 이상)와 긴 수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포 수가 많고 분열이 잦을수록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통념(페토의 역설)을 깨고 암과 노화 관련 질환에 매우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이 손상된 DNA를 매우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복구하는 능력에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많은 포유류가 손상된 세포를 빠르게 제거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반면, 북극고래는 손상을 제거하지 않고 '정밀하게 복구'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게놈(유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며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연구진은 북극고래의 세포에서 CIRBP (Cold-Inducible RNA-Binding Protein)라는 단백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최대 100배 이상 높게 발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CIRBP는 DNA의 이중 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과 같은 치명적인 손상을 복구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 단백질은 이름처럼 북극고래가 사는 차가운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험결과 북극고래의 CIRBP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주입했을 때, DNA 복구 능력이 향상됐다. 또한, 이 단백질을 초파리에 발현시키자 수명이 늘어나고 방사선(DNA 변이 유발)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의 DNA 복구 능력을 개선하여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제목은 장수하는 북극고래에서 향상된 DNA 복구에 대한 증거(Evidence for improved DNA repair in long-lived bowhead whale)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