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I 시대, 반도체 투자의 규모와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24일 뉴스룸에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설명드립니다'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국가 전략 산업 확보를 위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AI 확산과 공정 미세화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SK 하이닉스는 "AI시대 반도체 투자액은 4년마다 2배 씩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는 점점 커지고 회수 기간을 길어지며 동시에 시장변동성까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투자 시기와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업계 공통의 고민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첨단산업 규제 개선을 통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반드시 100% 가져야 하는 현 공정거래법을 바꿔 증손회사인 SPC(특수목적법인)의 지분 50%를 외부 투자로 채울수 있도록 유연화할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장기 투자자가 협력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인텔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과정에서 자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 공장 건설을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와 51:49 지분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이런 방식은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라고 SK하이닉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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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AI와 첨단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투자의 규모와 방식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급격히 변화한 투자 환경 속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있습니다.

AI 확산과 공정 미세화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습니다. 실제 투자 사례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클린룸 1만 평 기준의 투자비는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당시 약 7.5조 원에서, 2025년 10월 말 오픈한 청주 M15X에서는 약 20조 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AI 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것과 함께,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크고 투자 회수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구조적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으로, 투자 시점과 수익 회수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호황기에는 충분한 현금흐름이 창출되더라도, 이후 경기 국면 변화에 따라 투자 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으며,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선제적·연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투자는 점점 커지고, 회수 기간은 길어지며, 동시에 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투자 시기와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업계 공통의 고민으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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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체 자금, 차입, 증자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초대형 · 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이들 방식만으로는 분명한 제약이 존재합니다.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경기 변동 시 재무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투자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첨단산업 규제 개선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지분은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의 영향으로 외부 자본을 유치해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첨단산업 투자 개선 제도를 활용해 손자회사가 자회사(이하 ‘SPC’)를 설립한다면,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형 투자 법인이 될 것입니다.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수단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SPC 구조를 통해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을 외부 자본과 분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무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차입이나 증자를 대체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인 것입니다.

특히, 경기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러한 유연성은 지속적인 투자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번 논의는 지주회사 체제 첨단산업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온 투자 방식의 제약을 개선해, 산업 전반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논의입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들은 SPC 설립을 통한 투자 방식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있어 그동안 존재해 온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차별 해소’의 의미도 있습니다.

정책 검토 역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공식 논의 과정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는 특정 기업의 요청에 따라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특히 정부는 AI 수요 확대로 인해 가장 시급하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가 반도체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 논의에 따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로 확장된다면 다른 산업도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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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환경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적,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장기 투자자가 협력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텔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과정에서 자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텔은 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 공장 건설을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와 51:49 지분의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텔은 기술·운영 주도권은 유지하면서 자본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대규모 투자를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있습니다.

규제 개선으로 우리 기업들이 인텔이나 TSMC와 같은 글로벌 경쟁자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맥킨지, 캡제미니 등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의 글로벌 산업 분석과 연구 역시 AI 시대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 자본과 다양한 투자 구조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단일 기업이 모든 투자 부담을 떠안는 방식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투자 구조의 다양화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변화한 산업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첨단산업 투자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규모 ·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산업의 현실을 반영해,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AI와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투자 방식의 유연성은 곧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나아가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더불어, 국가의 전략 산업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