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픽사베이


온난화된 환경에 적응 중인 북극곰들은 유전체 속 '점핑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대사 및 신체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생존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2025년 12월 Mobile DNA에 게재된 논문(Diverging transposon activity among polar bear sub-populations inhabiting different climate zones)이 주인공이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의 서로 다른 환경에 서식하는 두 북극곰 집단을 비교 분석했다.

북동부 그린란드는 전통적인 추운 기후와 해빙이 유지되는 지역인데 반해 남동부 그린란드는 상대적으로 온난하며 해빙이 적어, 미래의 온난화된 북극 환경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은 지역이다.

연구의 핵심 발견은 '점핑 유전자(전이인자)'의 활성화다. 즉 유전체 내에서 위치를 이동하는 DNA 조각인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s, TEs), 일명 '점핑 유전자'의 활동 변화다.

더 따뜻한 지역에 사는 북극곰들은 추운 지역의 곰들에 비해 전이인자의 활동이 훨씬 활발했다.

특히 더 따듯한 지역에 사는 집단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성된 '젊은' 전이인자들이 더 많이 발견되었다. 이는 환경적 스트레스(온도 상승 등)가 유전적 변이를 유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유전적 변화는 단순한 변이를 넘어 북극곰의 생존과 직결된 유전자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전이인자의 활동이 활발해진 영역은 Foxo 신호 전달 경로(Foxo signalling), 노화(Ageing), 그리고 대사 과정(Metabolic pathways)과 관련된 유전자 근처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북극곰이 식단의 변화나 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적 수준에서 빠르게 재편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극곰이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서도 `유전적 가소성'을 발휘하여 멸종을 피하려는 생물학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평가할 수 있다.

북극곰에 있어 유전전 가소성을 발휘한다는 건 날씨가 더워지고 먹이가 줄어들 때 유전자 설계도 자체를 새로 쓰는 대신, '점핑 유전자'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유전자 스위치를 켜는 걸 말한다. 유전자는 그대로 북극곰이지만, 신체 대사 시스템은 '저에너지 모드'로 변신하여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온난화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북극곰에게 갖는다. 북극곰은 사실상 '얼음 위에서만 살 수 있도록 설계된 동물'이기 때문에,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지는 것은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뜻한다.

가장 치명적인 건 사냥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북극곰은 육지에서 사냥하는 동물이 아니라, 바다 얼음(해빙)을 발판 삼아 물속의 물개를 사냥힌다. 물개가 숨을 쉬러 얼음 구멍으로 올라올 때를 기다려 사냥하는데, 온난화로 얼음이 일찍 녹고 늦게 얼면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지 못한 곰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얼음 조각들이 멀어지면, 북극곰은 다음 얼음을 찾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헤엄쳐야 한다. 북극곰은 수영을 잘하지만, 긴 거리의 수영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특히 새끼 곰들은 장거리 수영 중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사냥을 못 해 어미의 체중이 줄어들면, 새끼에게 줄 젖이 부족해지거나 아예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온난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한 번에 낳는 새끼 수가 줄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 결과는 향후 북극곰 집단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고 보존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