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갯민달팽이 유생의 현미경 이미지. (사진 제공: 카렌 챈, 우즈홀 해양연구소)

동물플랑크톤은 밤과 낮 사이에 바다 깊이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장거리 여행'(diurnal migration)을 한다. 최근 발표된 `플랑크톤이 난류에 적극 반응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이동한다' (Plankton active response to turbulence enables efficient transport' 제목의 논문'의 연구결과는 미생물이 바다에서 어떻게 장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 주목된다.

논문은 지난달 과학전문지(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동물 플랑크톤(Crepidula fornicatad의 유충)의 '해류 서핑(Current Surfing)'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플랑크톤이 단순히 해류에 휩쓸려 다니는 수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특정 플랑크톤(특히 단세포 생물인 '다이노플라젤레이트' 등)이 물속의 소용돌이나 난류를 감지하고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플랑크톤은 난류의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자신의 유영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한다.

그 결과 소용돌이의 가장자리를 타고 마치 서퍼가 파도를 타듯 가속도를 얻어, 단순히 물 흐름에 맡길 때보다 훨씬 더 멀리, 빠르게 이동한다.

이는 에너지 효율과 생존 전략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현미경 수준의 작은 생물에게 바다의 난류는 거대한 장벽과 같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역이용하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이다.

또 서핑을 통해 더 넓은 영역을 이동하며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갈 확률을 높인다.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해류를 타고 퍼져나가 종의 생존 범위를 넓히는 데 유리하다.

해양 생태계 및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수정해야

이 연구는 해양 생태계 모델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플랑크톤의 이동 패턴이 바뀌면 이들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탄소의 이동 경로가 달라진다.

특정 플랑크톤이 어떻게 군집을 형성하고 이동하는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적조 피해 예방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서퍼처럼 파도의 힘을 일고 보도를 조절

플랑크톤이 바다의 복잡한 난류를 이용해 '서핑'하는 원리는 마치 숙련된 서퍼가 파도의 힘을 읽고 보드를 조절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난류를 '느끼는' 센서(Mechanosensors)에서 부터 시작한다.

플랑크톤은 아주 작지만, 몸 표면에 '기계적 감각기관(Mechanosensors)'이라 불리는 미세한 털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의 흐름이 몸을 스칠 때 발생하는 압력이나 속도의 차이(속도 경사)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위로 올라가는 흐름인지,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곳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서핑' 전략은 각도 조절의 마법이다.

단순히 물에 떠 있는 물체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 하지만 '서퍼' 플랑크톤은 다르다.

난류를 감지하면 플랑크톤은 자신의 몸을 특정 각도로 기울인다. 특히 위로 솟구치는 물줄기(Upwelling jets)를 만났을 때, 그 흐름의 중심을 향해 몸을 틀어 '올라타는' 동작을 취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흐름을 이용하는 플랑크톤은 단순히 자기 힘으로 헤엄칠 때보다 이동 속도가 최대 2배까지 빨라진다.

이 '서핑'은 생존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먼저 에너지 절약이다. 바다는 거대하고 플랑크톤은 작다. 자신의 근육(섬모 등)만 써서 이동하는 것보다 난류의 물리적 에너지를 훔쳐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플랑크톤은 낮에는 깊은 바다로, 밤에는 먹이가 많은 표층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일주 수직 이동이라고 하는데. 난류를 이용하면 이 험난한 여정을 훨씬 빠르게 마칠 수 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