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놋봇이 고래의 DNA나 호르몬을 샘플링하는 모습. 제미나이 그림.

드론이 인류의 다양한 활동을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바다 생물의 생태학을 연구하는데도 매우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Deep breath out: molecular survey of selected pathogens in blow and skin biopsies from North Atlantic cetaceans" 제하의 논문은 드론을 활용하여 고래의 건강 상태를 비침습적으로 조사한 최신 연구 성과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연구진은 북부 노르웨이의 고래들로부터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페트리 접시를 장착한 드론을 사용했다.

이런 비침습적 샘플링을 통해 고래의 '블로우(Blow)'(분기공에서 내뿜는 공기와 점액의 혼합물)와 피부 생검 샘플을 수집하여 직접적인 포획이나 방해 없이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바이러스를 검출했는데, 북극해 지역에서 최초로 해양 포유류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인 고래류 모빌리바이러스(cetacean morbillivirus)가 검출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혹등고래(humpback whales)와 향유고래(sperm whale)의 샘플에서 확인되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혹등고래들은 특별한 질병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의 의의는 드론을 이용한 장기적인 샘플링을 통해 고래가 이동하거나 이주하는 동안 병원균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더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 접근하기 어려운 해양 생물종의 건강과 질병 확산을 연구하는 데 있어 드론 기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BMC Veterinary Research에 게재되었다.

드론을 이용한 비침습적 샘플링(Non-invasive sampling)이란

동물을 포획하거나 신체에 직접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고, 생물학적 정보가 담긴 흔적을 수집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화살형 생검(biopsy)처럼 피부 조직을 떼어내는 '최소 침습적'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이 연구자의 존재조차 모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주요 비침습적 샘플링 방법은 드론을 이용한 '블로우(Blow)' 채취가 우선 손꼽힌다.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쉴 때 분출하는 분기(Exhaled breath condensate)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스놋봇(SnotBot)'이라 불리는 특수 드론을 고래의 머리 위로 띄워, 고래가 내뿜는 점액질 분무를 드론 하단에 장착된 페트리 접시에 담는다.

DNA뿐만 아니라 호르몬(스트레스, 임신 여부),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장점은 고래에게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으며, 배가 가까이 접근할 때 발생하는 엔진 소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스놋봇(SnotBot)은

연구원이 보트에서 드론을 띄워 고래를 추적하는데,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까지 약 3~4m 상공에서 대기한다.

고래가 숨구멍(분기공)을 통해 공기와 점액의 혼합물인 '블로우(Blow)'를 뿜어낼 때, 드론이 그 속을 통과한다.

드론 상단에 장착된 페트리 접시(Petri dishes)나 특수 거즈에 고래의 분비물이 내려앉는다. 드론의 프로펠러가 만드는 하강 기류가 오히려 분무를 접시 쪽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샘플이 담긴 드론이 보트로 돌아오면 연구진은 이를 즉시 냉동 보관하거나 현장에서 분석한다.

DNA 분석을 통해 고래의 성별, 개체 식별, 가족 관계를 확인하고, 호르몬 분석을 통해 코르티솔(스트레스 수치), 프로게스테론(임신 여부), 테스토스테론(번식 상태) 등을 측정한다.

고래의 폐 건강 상태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과거에는 고래의 조직을 얻기 위해 석궁으로 화살을 쏘아 피부 조각을 떼어냈다(Biopsy). 하지만 스놋봇은 고래가 연구원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스트레스 수치 왜곡이 없다.

대형 연구선과 수십 명의 인력이 필요했던 작업을 드론 한 대와 소규모 팀이 수행할 수 있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준다.

고래 위 3m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레이저 고도계를 장착하여 정확한 샘플링 지점을 잡는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