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 굴착장치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배경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매장량이 세계 최고라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베네수엘라는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갖게 되었을까?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게 된 원인은 수억 년에 걸친 독특한 지질학적 환경과 지각 변동의 결합에 있다.
현대 과학은 이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풍요는 ①백악기의 비옥한 해양 환경(근원암), ②판 구조 운동에 의한 분지 형성(저장소), ③거대한 규모의 오리노코 벨트 퇴적층이라는 세 가지 우연이 겹친 결과다. 다만, 매장량의 대부분이 정제가 어려운 초중질유라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는 특징이 있다.
석유가 만들어지려면 먼저 유기물이 풍부한 암석층인 근원암(Source Rock)이 필요하다.
백악기(약 9,000만 년 전) 당시 베네수엘라 지역은 산소가 적고 영양분이 풍부한 얕은 바다였다. 이곳에 조류(Algae) 및 동물성 플랑크톤 등 유기물이 대량으로 쌓여 퇴적층을 형성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라 루나 층'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근원암 중 하나로 꼽힌다. 탄화수소 함량이 매우 높아 베네수엘라 석유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ScienceABC, "Why Does Venezuela Have So Much Oil?")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가 한곳에 모이려면 적절한 이동 통로와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신생대(Cenozoic) 기간 동안 남아메리카 판과 카리브 판이 충돌하며 안데스 산맥이 솟아올랐다. 이 과정에서 지층이 휘어지고 꺾이며 석유가 모이기 좋은 배사 구조(Anticline)와 분지(Basin)가 형성되었다.
지각 압력에 의해 지하 깊은 곳의 석유가 위쪽의 다공성 사암층(저류암)으로 밀려 올라왔고, 북부의 마라카이보 분지와 동부의 오리노코 분지에 거대한 석유 저장고가 만들어졌다. (Wikipedia, "Geology of Venezuela"; Reddit Geography Geological Discussion (2026))
베네수엘라 매장량의 핵심은 동부 오리노코강 유역에 펼쳐진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다.
이곳의 석유는 점도가 매우 높고 끈적거리는 초중질유(Extra-heavy crude)다. 과거에 생성된 석유가 지표면 근처로 이동하면서 가벼운 성분은 증발하거나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고, 무거운 성분만 남게 된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오리노코 벨트에만 약 5,150억 배럴 이상의 기술적 회수 가능 자원이 잠재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Britannica, "How Much Oil Does Venezuela Have, and How Much Is Accessible?")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존재는 알았지만, 뽑아 쓰기 힘든 나쁜 품질의 기름'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세계 석유 지도의 주역이 되지 못했다. 21세기 들어 고유가와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면서 비로소 그 거대한 실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