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이나 마비됐던 정부 행정전산망이 20일 정상화하며 민원 현장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번 전산망 먹통 사태는 그간 간과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IT업체가 주요 국가 전산시스템인 행정전산망 유지·관리를 맡게 된 배경인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산망 마비 원인을 행정전산망 '새올지방행정시스템'의 인증시스템 중 하나인 네트워크 장비 이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트워크 장비 내 정보를 주고받는 '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사용자 인증절차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사용자 접속 장애를 불러와 새올 시스템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 원인으로 지목된 'L4 스위치가 왜 이상을 일으켰는지' 자세한 원인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L4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안에 어떤 부분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금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고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 (원인) 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IT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사고 대응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민간 IT 기업이 사흘째 복구 조치도 하지 않고, 원인 발표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먹통 사태가 발생하기 전 프로그램 업데이트 작업이 진행됐는데, 이런 작업이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뤄진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로 지적된다.
통상 보안패치 등 SW 업데이트는 충돌 문제 등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적은 주말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행안부 관계자는 "큰 규모의 SW 업데이트 작업은 주말에 하지만, 이런 패치 작업은 규모가 작아 평일에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전산망 마비의 한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등을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 IT 기술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행정전산망 유지·보수를 맡게 됐고, 이번 사고 대응도 크게 미진했다는 것이다.
모든 공공 SW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중대한 공공 SW사업일 경우 대기업의 참여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중소업체들에게 분할 발주하다보니 전체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노정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초연결사회로 접어든 현대 사회에서 IT네트워크 관리는 최고의 과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 시스템 전반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커런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