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 기회의 바다> 4. 동아시아 바다 놓고 `한·중·일 해양 삼국지'..."곳곳에 뇌관"

이현주기자 승인 2024.03.15 17:13 | 최종 수정 2024.03.29 13:44 의견 0

2023년 11월 26일 한미 해군과 일본해상자위대가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간의 긴밀한 공조와 작전수행능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키리사메함, 미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스터릿함. [미 해군 제공/연합]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수중 암초에 위치한 이어도과학기지.

해양, 기상, 환경 등 종합 해양 관측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됐는데, 태풍의 세기와 경로 예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해양 및 대기 환경을 동시에 감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간 해양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어도 해역이 한국 수역이라는 걸 외부에 어필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한국과 중국사이에 해양경계선이 그어진다면 그 때 가서 어느나라 수역에 속하는지가 결정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과학적 탐사 자료를 국제사회에 공급하면서 나름 선점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어도과학기지 얘기를 꺼낸 이유는 한국과 중국, 나아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중국해에서 어느 나라 영해인지가 명확하게 획정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정쩡한 상태 속에서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가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북한으로 재편되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의 경계 수역에서 석유가스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일본을 자극하고 있으며 2028년 만료되는 7광구 한일공동개발협정의 유지 여부가 조만간 결정되면서 동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간 갈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중국해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되흔들 만한 뇌관이 곳곳에 산재하면서 한중일 해양 삼국지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2015년 한국과 중국이 주장한 해상 경계/연합



갈수록 짙어지는 동아시아 진영 갈등의 먹구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 사이의 진영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 지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히고 있다.

2021년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의체인 AUKUS를 창립했고, 미국-호주-인도-일본간 4자 안보대화(QUAD)를 통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2023년 미국에서 만나 캠프데이비드 정신과 갴프데이비드 원칙으로 불리는 2건의 성명을 채택했다.

세 나라가 경제 안보 등에서 협력하고 공동대응한다는 내용이다.

상대진영인 중국, 러시아, 북한도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2023년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의 항구를 중국이 내륙항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동북 3성에서 생산된 물자가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상하이로 바로 갈 수 있게 한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무기 지원과 인공위성 발사기술 지원 등을 통해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과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침공 가능성, 센카구 열도(조어도, 다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 등 동중국해에서도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동중국해에는 해양경계가 아직 획정되지 않은채 3국간 어업협정과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등 잠정적 약정이 맺어져 있다.

한국과 일본과의 경계 획정 논의는 2012년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후 중단됐으며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획정 논의는 매년 이뤄지고 있지만 큰 성과보다는 조금씩 진전되는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이 2028년 6월 22일 종료될 것인지 여부가 동중국해의 관할권 질서와 관련해서 주목되고 있다.

당사국 중 일방은 2025년 6월 22일 이후면 언제든지 협정종료를 위해 서면 통고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협정 발효후 50년이 되는 2028년 6월 22일 이후 발효된다.

협정이 종료된다면 한중일 3국간 대륙붕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석유가스전 개발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일본의 파악에 의하면 중국은 모두 18개의 구조물을 동중국해에 설치했다.

KMI(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모든 구조물들은 일본이 주장하는 가상 중간선을 기준으로 중국 측에 위치하긴 하지만 중간선에 가까이 있는 것들도 많은 상태다.

이를 이유로 일본은 공동개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성 큰 해양관할권 둘러싼 갈등...시나리오별 대응전략 필요

해군력, 해양과학기술, 해양 법제도 등 중국의 해양력이 계속 커지면서 동중국해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은 2020년대말 함정 수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MI는 최근 내놓은 `2024 해양수산 전략리포트'에서 우리나라의 해양권익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해군력과 해양경찰력을 배양하고,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한 전력개발, 해양경계획정의 조기 타결, 미국 일본 등과의 견고한 상호협력체계 구축,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 등을 제안했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연장 여부 및 동중국해 해양경계획정 등을 위한 전략 마련을 강조했다.

양희철 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세 나라가 얽힌 문제인 만큼 다양한 전개가 예상된다"며 "시나리오별로 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만 해도 일본측은 아직 미온적이지만 협정이 종료되는 순간 중국의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일본으로서도 마냥 방치할 수 없는 이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7광구의 경우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만료되면 경계선이 없어지는 해역이 되는 만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해상경제 수위, 경비세력 운영지침, 무력행사 수위 등에 관한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한 가운데 빈 틈을 비집고 들어올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리 구상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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