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난기류로 비상착륙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내부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싱가포르로 향하던 런던발 싱가포르항공이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73세 노인이 사망하고 7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또 카타르 도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26일(현지시간) 비행 중 난기류에 휘말려 탑승자 12명이 다쳤다.
이런 정도의 사고는 극히 드믈지만 몇 가지 숙제를 남겼다.
즉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기후변화가 난기류의 강도나 빈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다.
사고 항공기는 5월 20일 운항중 1800m 이상의 급강하를 겪으면서 승객들과 수하물들을 비행기 천장으로 솓구치게 했다.
사고 항공기는 24년간 운항하면서 특별한 사고를 경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리딩대학의 대기과학자 폴 윌림엄스는 "센 난기류는 승객들을 마치 로켓처럼 치솓게 한다"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는 22일(현지시간) 난기류에 관한 과학과 지구온난화가 난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항공기 운항 중 대개의 경우 난기류를 통과하게 마련이다.
공항에서 이륙할 때 강한 바람이 불면 난기류를 경험한다.
고도가 높아지면 폭풍구름을 통과하거나 근처를 비행할 때 다양한 강도의 난기류를 겪게 된다.
높은 산을 타면서 이동하는 바람 역시 난기류를 만든다.
폴 윌림엄스는 "이런 바람을 만난다면 비행기는 강하게 솓구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구를 도는 강한 제트기류 외곽에서 난기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구름 밖에서 생기는 난기류를 통칭 `맑은 하늘'(clear air) 난기류라고 구분한다.
윌리엄스는 "싱가포르 항공의 참사를 빚어낸 난기류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려면 수 주가 걸릴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비행 경로상 구름대가 발달해 있었지만 맑은 공기 난기류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요소들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난기류를 보다 강하게 만들고 보다 자주 발생토록 하는가
서울대 김정훈 대기과학자는 "기후변화가 난기류를 강하고 자주 빌생토록 한다"고 말한다.
윌리엄과 동료들은 작년 내놓은 논문에서 "`맑은 하늘' 난기류가 1979년부터 20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며 "북대서양 상공의 경우 55%나 증가했는데,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윌리엄스는 "빈도 증가는 전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제트기류를 강하게 하기 때문에 난기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윌리엄과 그의 동료들은 다른 논문에서 기상 모델을 통해 기후 변화 때문에 `맑은 하늘' 난기류가 보다 강해지고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강한 난기류가 중간 이하의 난기류보다 많이 늘어났음을 밝혀냈다.
윌리엄스는 "난기류가 늘어난다고 해서 비행을 중단할 것 까지는 없다"며 "다만 난기류를 통과하는 시간이 10분 정도였던 게 앞으로는 20분 내지 30분으로 늘어난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난기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가
항공기 조종사들은 비행 경로를 짤 때 난기류 전망을 본다.
지상에 있는 날씨 전문가들은 지상에 설치된 센서들과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자료를 만들고 조종사들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한다.
조종사들은 레이더를 활용해 폭풍구름을 피할 방법을 강구한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한 뒤 돌아오는 반사파를 감지해서 주변 지역의 구름 발달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맑은 하늘에서는 레이더가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라이더가 대안이다.
윌리엄스는 "라이더는 레이더와 다른 길이의 파장을 쏜다"며 "라이더가 비싼 게 현실적 장벽"이라고 말한다.
라이더 장비가 지금보다 소형화되고 저렴해 진다면 광범위하게 쓰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스는 "라이더를 탑재한 항공기는 20 마일 밖의 난기류까지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라이더가 설치될 때 까지는 부디 안전벨트를 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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