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극해항로에 있는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배에 선적하는 모습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북극항로에 대한 국제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에 의한 오염 배출이 이미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서 2021년 사이 블랙카본(그을음) 배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유빙에 부딪힐 가능성, 쇄빙선 동원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라 주요 정기선사들이 북극 항로를 외면하고 있지만 북극 항로 이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방증이어서 주목된다.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평가는 EU 국적 선박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북극 지역에서 EU 해운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지역에서 EU 규제 해운의 블랙카본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2015년에서 2021년 사이 이 지역의 블랙카본(BC) 배출량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EU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선박 엔진의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는 블랙카본(그을음)은 지구온난화를 촉진해 폐암, 호흡기 질환, 심폐 질환 등 건강 문제로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격한 온난화로 심각한 환경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북극해 해빙의 급속한 감소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지며, 북극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른 온도 상승을 보이고 있다.
ICCT 선임 연구원이자 본 연구의 주저자인 리우드밀라 오시포바는 "이번 연구 결과는 EU 무역과 관련된 선박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북극 블랙카본 오염의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정책에서 이러한 배출량을 고려하는 것은 EU가 북극에 남기는 실제 발자국과 기후 목표를 더욱 잘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일반적으로 북극 해운에서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해당 지역에서 EU 국기를 게양한 선박(EU 국기 선박)의 배출량만 계산해 왔다.
연구는 EU 항구를 오가는 선박(EU 규제 선박)의 배출량까지 평가하여 범위를 확대했다.
연구는 광범위하게 정의된 지리적 북극(북위 59도 이북)과 국제해사기구(IMO) 극지규약 에 따라 정의된 IMO 북극 지역에서 이러한 선박의 선단 구성, 연료 사용량, BC 및 CO2 배출량을 비교했다 .
연구에 따르면 2015년과 2021년 사이에 IMO 북극의 블랙카본 배출량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EU 규제 선박'이 상당히 기여했다.
최소 5,000GT의 선박 중 EU 규제 선박은 52톤의 블랙카본을 배출하여 총 배출량의 23%를 차지했다.
이는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EU 국적 선박의 배출량 27톤의 거의 두 배다.
`더 넓은 지리적 북극'에서 EU 규제 선박은 317톤의 블랙카본과 190만 톤의 CO2를 배출하여 동일 크기의 선박 배출량의 44%와 60%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EU 국적 선박은 145톤의 블랙카본와 726,000톤의 CO2에 불과했다.
강력한 기후 및 건강 영향에도 불구하고, 블랙카본은 가장 규제되지 않은 단기 기후 및 대기 오염원 중 하나다.
EU는 광범위한 북극 기후 전략의 일환으로 선박 배출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블랙카본의 배출은 EU의 관련 규제(FuelEU Maritime 및 EU 배출권 거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보고서: theicct.org/publication/black-carbon-and-co2-emissions-from-eu-regulated-shipping-in-the-arctic-may25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