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 기회의 바다> 16. 심해저 망간단괴에서 나오는 `암흑 산소' 에 과학계 `충격'

광합성 없이 산소 만들어진다는 의미...다른 행성에 생명체 존재할 가능성 높아져
심해저에 다양한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임박한 심해저 망간단괴 채굴에 급제동

윤구현기자 승인 2024.07.27 15:33 | 최종 수정 2024.07.28 20:07 의견 0
심해저 망간단괴를 퍼올리는 모습 <사진=NOAA>


과학자들이 심해 바닥에 산재한 금속 덩어리에서 생성되는 '암흑 산소'를 발견했다.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약 절반은 바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 발견 이전에는 해양 식물만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심해저에서 햇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산소가 생산된다는 게 확인됨으로써 교과서부터 다시 쓰여져야 할 판이다.

또 심해저 생태계의 작동 원리가 새로 등장함으로써 심해저 생물들에게 위협이 되는 망간단괴 채굴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관련한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햇빛이 전혀 없는 수심 5km에서 바닷물(H2O)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데, 수백만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생성된 `망간단괴'(Nodule)에 의한 현상으로 파악됐다.

이차전지를 통한 전기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이차전지를 만드는 핵심 광물들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 망간단계를 채굴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 과학자들은 심해저 광물을 바다로부터 꺼내는 과정에서 망간단괴에 의해 생산되는 산소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심해저 해양 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의 수석 연구원인 앤드류 스위트먼 교수는 “암흑 산소는 2013년에 처음 발견했는데, 완전한 어둠 속 해저에서 엄청난 양의 산소가 생성되는 것을 목격했다”라고 BBC에 소개했다.

그는 “당시 광합성을 통해서만 산소를 얻을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다"며 "결국 수년 동안 이 잠재적으로 엄청난 발견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의 심해 지역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의 바닥에는 망간단괴들이 깔려 있다.

망간단괴는 바닷물에 녹아 있던 금속이 조개 조각이나 기타 파편을 통해 응결될 때 형성되는데, 이 과정은 수백만 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 단괴에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튬, 코발트, 구리와 같은 금속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광업 회사들이 이를 채집하여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CZ)만 보자면, 전체 너비는 미국 본토와 거의 같은데, 최근 추정에 따르면 이 구역에 약 75억t의 망간, 3.4억t의 니켈, 7800만t의 코발트, 2억7500만t의 구리가 포함돼 있다.

망간은 전 세계 육상 매장량의 5배, 코발트 9배, 니켈은 3배가 묻혀있단 뜻이다.

구리는 확인된 육상 매장량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양생태학자들은 해저 생태계에 대해 인류가 제대로 알기전까지는 망간단괴 채굴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스위트먼 교수는 이 암흑 산소가 해저의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처 지구과학 저널에 게재된 그의 발견은 심해저 채굴 사업의 위험성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망간단괴가 배터리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산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위트먼 교수는 “바닷물에 배터리를 넣으면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며 “전류가 실제로 바닷물을 산소와 수소(거품)로 분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 상태의 망간단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토치의 배터리와 같다."라며 “배터리를 하나 넣으면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두 개를 넣으면 토치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충분한 전압이 생긴다. 따라서 해저에 있는 단괴들이 서로 맞닿아 있을 때는 마치 여러 개의 건전지처럼 함께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감자 크기의 망간단괴를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이 이론을 실험실에서 시험해 보았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각 금속 덩어리 표면의 전압, 즉 전류의 세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AA 규격 배터리의 전압과 거의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해저에 있는 망간단괴가 바닷물 분자를 전기분해할 수 있을 만큼 큰 전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빛과 생물학적 과정이 필요 없는 배터리로 산소를 생산하는 동일한 과정이 다른 달과 행성에서도 일어나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산소가 풍부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발견이 이루어진 서측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튼 지역은 이미 여러 해저 채굴 회사들이 탐사 중인 곳으로, 이들은 이 단괴들을 채취하여 수면의 배로 가져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러한 해저 채굴이 “채굴 지역의 생명체와 해저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4개국에서 800명 이상의 해양 과학자들이 환경 위험을 강조하고 채굴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심해에서는 항상 새로운 생물종이 발견되고 있으며, 심해에 대해 아는 것보다 달 표면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발견은 단괴 자체가 심해의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에든버러 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인 머레이 로버츠 교수는 해저 채굴 청원에 서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심해 망간단괴 지대 채굴이 우리가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압도적인 증거가 이미 있다."라고 BBC 뉴스에 말했다.

그는 “이 망간단괴 해역이 지구의 거대한 지역을 덮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산소 생산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해저 채굴을 추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강조했다.

스위트먼 교수는 "심해에 들어가서 가능한 가장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채굴하려면 심해에 대해 더 자세히 탐구해야 하고, 앞으로 이 정보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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