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 기회의 바다> 23. 브라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파도'에 법적인격 부여

브라질 린하레스 시..."해양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길"

윤구현기자 승인 2024.09.09 11:55 | 최종 수정 2024.09.09 15:58 의견 0
파도.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라질의 한 도시가 도시를 상징해온 파도에 법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해양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브라질 린하레스 시는 파도를 법적 생명체로 인정해 법인격을 부여했는데, 이는 인류가 파도에 법인격을 부여한 최초의 사례이다.

하카이 매거진에 따르면 2024년 8월 초, 해안을 끼고 있는 린하레스 시는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도세 강 하구의 파도에 생존, 재생, 복원 등 고유한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파도가 계속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야 하고 그 물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법은 공공 정책과 자금 지원을 통해 강의 물리적 형태, 파도를 독특하게 만드는 생태적 주기, 미세하게 균형 잡힌 물의 화학 성분을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이 법은 또한 파도의 문화적, 경제적 역할에 대한 존중을 명문화하고 있다고 브라질의 환경 변호사이자 Mapas로 불리는 NGO를 이끌고 있는 바네사 하손은 사카이 메거진에 설명한다.

린하레스는 법 제정에 이어 파도를 감시하고 공공 의사 결정에서 주민 대표로 활동할 보호자를 임명했다.

시 당국은 도세 강 연합의 공동 창립자인 하울리 실바 발림,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 대표, 시의회 환경위원회 위원 등 파도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을 보호자로 선정했다.

이번에 법인격이 부여된 파도는 서퍼들이 선호하는 길고 관 모양의 파도로 유명하다.

발림은 마리아나 댐이 붕괴되면서 도체 강 하구의 파도가 손상되었고, 이로 인해 19명이 사망하고 마을이 침수되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이 지역이 황폐화되었다고 하카이 매거진에 설명했다.

댐은 브라질 내륙 도시 마리아나 인근의 철광석 광산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가두는 역할을 했는데 댐이 무너지자 도세 강으로 진흙과 광산 폐기물이 쏟아져 내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 강물의 흐름이 바뀌고 강물의 힘이 약해져 결국 하구의 파도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2022년 대홍수가 일어난 후에야 이 파도가 다시 돌아왔다.

댐에서 유출된 유독성 갈색 슬러지는 강 하구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어류, 식물, 미세한 수생 생물을 오염시켰다.

발림과 함께 도세강 연합을 공동 설립한 플라비아 프레이타스 라모스는 어업부터 관광업까지 “모든 삶의 방식이 영향을 받았다”고 사카이 매거진에 말했다.

그는 약 72만 명의 피해 주민들이 광산 소유주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댐 붕괴 사고 이후 라모스, 하손, 발림은 지역 원주민 대표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수년에 걸쳐 린하레스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

하손은 새 법의 주요 목표는 자연자원을 대하는 사고방식을 바꾸고 공공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이라며 2017년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한 보니토에서 통과된 자연권 규정을 기반으로 했다고 사카이 매거진에 설명했다.

한편 전 세계 정부는 자연이 존재할 본질적인 권리가 있고 법정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이 인식하고 있다.

2008년 에콰도르는 이른바 자연권법을 국가 헌법에 채택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방글라데시는 투라강에 법인격을 부여했고, 뉴질랜드는 숲과 강, 멸종한 화산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해안의 소금 석호인 마르 메노르가 유럽 최초로 법적 권리를 부여받았다.

2024년 7월, 에콰도르에서 수도를 관통하는 강의 권리가 오염으로 인해 침해되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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