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티핑 포인트?...과학자들 "혼란 야기하는 용어"

"애매모호한 표현...지구온난화 막기 위한 행동에 지장 초래할 수도"

윤구현기자 승인 2024.12.16 20:50 | 최종 수정 2024.12.16 20:54 의견 0
1만년 이상 인류번성 시대 지속해온 지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문명을 얘기할 때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구 온도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지구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점에서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가 인류의 실질적 대응을 유도하는데 있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티핑 포인트같은 추상적 단어보다는 지진 홍수 태풍 같은 크고 직접적 이벤트가 실질적 대응으로 이어지는데 있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티핑 포인트가 지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인류가 해야할 대응은 더 커져야 한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마저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칼튼 대학교의 과학자 그룹은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있어 `티핑 포인트'라는 은유의 정확성과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럿거스대학 홈페이지인 럿거스 투데이가 보도했다.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는 은유

연구자들은 이 문구가 처음에는 갑작스럽고 급격한 변화에 대해 경고하는 명료한 표현으로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행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럿거스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럿거스 기후 및 에너지 연구소, 프린스턴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 연구 센터, 칼튼 대학교의 공평한 변화를 통한 기후 회복 연구소와 다른 6개 학술 기관의 과학자들은 `네이처 기후변화'에 쓴 기고문에서 기후변화의 물리적, 인류사적 변화를 언급할 때 티핑 포인트의 개념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으며 종종 부적절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표현의 종말론적 어조가 인류의 대응을 유도한다는 증거도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연구진은 대중은 시기적으로 매우 불확실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인 위험보다 비교적 확실하고 단기적이며 가까운 곳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위협에 대응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럿거스투데이에 말했다.

저자들은 효과적인 집단 행동은 기후 티핑 포인트라는 추상적이고 느슨하게 적용되는 개념보다 광범위한 산불, 장기적인 가뭄, 폭염 및 홍수와 같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식별 가능한 `큰 사건”에서 영감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티핑 포인트'는 모든 시스템에서 작은 변화가 중대하고 종종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변화로 이어지는 임계점을 설명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여 임계값을 넘으면 시스템이 재구성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후 과학에서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이 용어를 `시스템이 갑작스럽고 돌이킬 수 없이 재조직되는 임계치'를 가리키는 데 사용한다.

2000년대 초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티핑 포인트: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의 인기와 함께 대중문화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를 `임계 질량, 임계점, 끓는점의 순간'으로 정의하고 이를 허쉬 퍼피 신발의 인기 상승부터 범죄율의 급격한 감소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학적 트렌드의 근간이 되는 원리로 적용했다.

이후 기후 과학자들은 대서양 적도 전복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의 붕괴, 서부 남극 빙하 및 산호초 생태계의 잠재적 붕괴와 같은 현상에 적용하기 위해 이 용어를 채택했다.

저자들은 과학계와 그 밖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티핑 포인트는 잘 정의되어 있지 않으며 정확한 과학적 이해에 대한 환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프린스턴 대학교의 마이클 오펜하이머 교수는 “수많은 문제와 행동을 동일한 라벨과 공통된 해석 체계 아래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과학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라고 `네이처 기후변화'에 말했다.

저자들은 "'티핑 포인트'가 기후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응집력에서 식량 가격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들을 설명하는 데까지 확대되면서, 많은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행동을 고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럿거스 대학교 레이첼 슈옴 교수는 “민주주의는 대규모 산불이나 연료 부족과 같이 식별 가능한 사건을 집단적으로 인식한 후에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시스템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덧붙였다.


임계점이 확실치 않은 상황

저자들은 논의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 목표와 같은 온도 기반 정책 목표를 기후 티핑 포인트와 잘못 융합할 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썼다.

임계점의 시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이 재앙적 결과에 대한 정확한 임계점을 식별하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는 임계값을 넘었을 때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향후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거짓 경보'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공동 저자인 칼튼 대학교 엘리자베스 길모어 교수는 “언론과 많은 사람들은 1.5°C가 특별한 물리적 의미가 있거나 이를 넘어섰을 때는 기후 완화를 추진할 가치가 없는 임계값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반대이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배출량을 즉시 줄이고 복원력을 구축하고 더워진 지구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라고 럿거스 투데이에 말했다.

콥은 "티핑 포인트의 위협과 관계없이 기후 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증 가능하고 명백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인명과 재산 피해는 전 세계 국가들이 훨씬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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