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산호초를 복원하면 기후 변화로부터 해안을 보호할 수 있는 이유

굴 산호초를 복원하면 극심한 폭풍우를 완충하는 데 도움
세계 곳곳서 관련 프로젝트 진행..."갈 길 멀지만 희망은 있다"

윤구현기자 승인 2024.09.27 14:01 의견 0
돔 형태의 구조물들이 뉴욕에서 진행중인 산호초 복원 사이트에 투입되기 위해 만들어 진다. 이 구조물들은 굴 유충들의 `집'이 되는 역할을 한다. <사진=Alix Soliman/네이처>


전 세계 해안선은 한때 굴이 바위와 서로 붙어 있는 거대한 굴 덩어리인 굴 암초로 보호됐었다. 하지만 지난 2세기 동안 과도한 굴 채취와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지구상의 굴 산호초의 약 85%가 파괴됐다.

하지만 굴을 다시 복원하면 해안선이 격렬한 폭풍과 침식 등 기후 변화의 영향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네이처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비영리 단체인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이매패류를 활용해 `살아있는 방파제'를 천천히 건설하고 있다.

10년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다른 곳에서 추진되기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에 나누어 줄 노하우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 대학교의 해양 생태학자인 멜라니 비숍은 “생태계를 재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적, 사회적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네이처에 말했다.

그러나 복원된 산호초가 해안선을 완충할 만큼 충분히 커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산호초가 해수면 상승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려면 앞으로 수 년간 수많은 굴을 이식해야 한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체동물의 대량 서식


수세기 전 미국 뉴역의 맨해튼, 스태튼 아일랜드,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즈 등 뉴욕의 5개 자치구와 뉴저지 사이에 위치한 뉴욕항은 거의 900㎢에 달하는 거대한 동부 굴(Crassostrea virginica) 군락이 서식하던 곳이었다.

도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 연체동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항구의 오염도 심해져 1927년에는 굴 암초 생태계가 붕괴되기에 이르렀다.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뉴욕시 전역의 18개 장소에 굴을 파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산호초 복원이다.

굴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면 언젠가 허리케인과 극심한 폭풍에 완충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형성하는 동시에 해안선이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이 프로젝트의 대외협력 딤당 애슬리 벤츄라(Asly Ventura)는 네이처에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굴 산호초는 많은 생물들에게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생 연체동물이 성장하려면 단단하고 안정적인 표면에 정착해야 한다.

이들에게 `집'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젝트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식당에서 기증받은 굴 껍데기를 분쇄한 후 재활용 콘크리트와 섞어 구멍이 뚫린 지름 약 1미터의 속이 비어 있는 돔형 구조물을 만든다.

직원들은 매년 여름 프로젝트 현장에 이 돔을 여러 개 떨어뜨려 각 현장마다 거대한 굴 떼를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성과는 엇갈린다.

작년 말까지 항구에 이식된 1억 2,200만 개의 굴 중 약 절반이 죽었다.

벤츄라는 “굴은 많은 유생이 죽기 때문에 많은 유생을 생산하는 생물"이라고 설명한다.

2022년, 이 단체는 굴이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비율이 설치 시설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오염은 연체동물이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비가 오면 하수와 빗물이 섞여 항구로 유입된다.

여기에 산업 폐기물이 섞일 때 수질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벤츄라는 유충이 청각적 신호를 이용해 산호초를 찾기 때문에 소음 공해도 유충이 정착할 적절한 장소를 찾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더럼에 있는 뉴햄프셔 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인 레이 그리즐은 이 프로젝트의 과학적 평가를 수행한 결과 "어린 굴은 대부분 부모 암초로부터 400미터 이내에 정착한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따라서 기존 산호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굴이 쉽게 자가 산란하지 못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생충인 하플로스포리디움 넬소니와 퍼킨서스 마리누스와 같은 병원균이 장기적으로 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는 “과거에는 10~20년 정도였던 굴의 수명이 지금은 3~5년 정도로 줄었다"며 "수명이 줄어들면 지속적으로 산호초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개체군의 능력도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리즐은 말했다.

산호초의 부활


전 세계적으로 여러개의 산호초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생물학자들이 석회암 돌을 모래 해저에 떨어뜨려 굴을 끌어들이고 있다.

유생 납작굴(Ostrea angasi)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밀도로 바위에 자연적으로 정착했는데, 이는 유생이 알려지지 않은 산호초나 굴 양식장에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 도미닉 맥아피는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연적으로 유생이 유입될 줄은 몰랐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해당 지역의 무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킴으로서 어업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해에서 연구자들은 풍력 터빈의 구조물을 강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굴 유충을 풍력 터빈 바닥의 화강암 바위에 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숍은 굴 암초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굴 암초의 멸종을 초래한 문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갈 길이 멀지만 희망은 많다”고 말했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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