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조선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리 조선업계도 상당 기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G2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인력을 제 때 공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높아진 우리 위상에 걸맞는 국제적 공헌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열린 고려대 해상법 명품강의 `일본과 비교한 우리 조선업' 편에서 제시됐다.
유병세 한국조선협회 전무는 이 강의에서 "일본의 조선업은 저물었고, 우리 조선업은 성숙기를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저무는 일본의 조선업, 성숙기 지나는 한국 조선업
조선소 기준 한국은 90여개로 일본의 922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다만 조선소 근무 인력은 우리가 11만5000여명인데 반해 일본은 7만명 선에 그친다.
건조량의 경우 우리가 25%대를 오가는 반면 일본은 2020년 이후 10%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1월~9월 실적은 우리가 26.6%, 일본이 12.4%다.
중국은 54.1%로 압도적 건조량을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최점단 고급 선박을 중심으로 선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2021년 이후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선도 국가를 보면 전후 세계 조선업을 이끌었던 일본은 2000년대까지 어느정도 명맥을 유지하다가 이후 중국의 급부상의 직격탄을 맞고 위상이 낮아졌다.
우리 조선업은 반면 90년대 이후 세계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위상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 한·중·일 조선 삼국지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항공모함을 건조할 정도로 최정상의 조선업을 보유했다.
2차대전 패전후 군수 분야에 있던 기술자들이 민수로 옮기면서 일본의 조선업은 급속히 발전했다.
이후 약 47년간 세계 조선업의 정상으로 군림했다.
우리 조선업은 197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현대가 1973년, 대우가 1978년, 삼성이 1979년 도크를 완성하면서 국제시장에 얼굴을 내민 우리 조선업은 글로벌 침체기 때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면서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조선산업합리화 조치가 1993년 해제됐는데, 신증설을 거쳐 2000년대 들어 세계정상에 올랐다.
이 기류는 2015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중국이 등장하면서 한국이 독주는 끝났고, 이후 두 나라가 정상권에서 경쟁하는 국면으로 변화됐다.
건조능력은 당분간 일본 8%대, 우리 13%대, 중국 20%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조선 발주량은 당분간 연 4500만 CGT를 오갈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가 이 가운데 20%를 차지한다고 볼 때 연간 1000만~1200만 CGT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조선업 몰락에서 배울 점
일본의 조선업은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노동시간이 감소했고, 3D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지 못했으며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따라 좌초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조선업 규모가 50% 이상 축소됐다.
동경대 조선학과가 폐지되는 등 고급인력 공급도 축소됐다.
우리도 비슷한 경로를 가고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우리는 1984년의 조선업 합리화 조치 이후 1994년 합리화 조치 해제를 계기로 조선 3사의 대대적 증설이 있었다.
전세계적 불황기 때 오히려 생산능력을 키운 건 순전히 경영자의 결단에 해당하는 영역이었다.
삼성중공업(1993년)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1995년)이 따라가면서 2000년대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우리 조선업은 이를 통해 10여년간 1등을 유지했다.
다만 조선업 불황기 때 신증설에 나서면서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됐고, OECD 조선협상을 초래할 정도로 국제적 신뢰도는 추락했다.
◇ 사람이 관건이다
조선업 분야의 일본 몰락과 중국의 부상, 한국의 경쟁력 유지 등을 통해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국가간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금융당국의 지원은 세계 시장을 교란하지만 이를 정량화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든 시사점이다.
즉 대우중공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원에 대해 국제사회가 문제 삼았지만 2005년 OECD에 우리가 승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고 이제는 책임과 역할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건 명백하다.
우리 조선업은 빈약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고급인재를 길러내는 역량을 유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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