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알래스카 북극지역 <사진=알래스카 주정부 홈페이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에너지정책이었다.
그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걸 핵심으로 한 민주당의 정책 대신 화석연료 개발과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곧바로 이행했다.
석유 및 가스 생산을 촉진하고, 전기 자동차와 기타 전기 제품에 대한 강제를 폐지하는 한편 파리 협정 및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기타 약속을 철회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에서 순 탄소배출 제로, 풍력 및 태양열 발전, 해상 풍력에 대한 인센티브가 하루만에 사라졌다.
국제사회, 환경단체 등은 혼란이 휩싸였고, 이런 움직임이 의미하는 게 뭔지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와관련해 워싱턴DC의 싱크탱크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다이아나 퍼쉬고트-로트 에너지기후 센터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내놓은 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영국과 유럽이 엄격한 넷 제로 법을 바꾸고, 달라진 미국의 움직임을 따를 수 있을지 여부다. 지금과 같은 길을 계속 가면 유럽의 GDP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며 미국과 유럽 간의 생활 수준 차이가 커지면서 사회적 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쟁력 강화...미국 중심 외교질서 유도
그는 미국 안에서도 에너지를 생산하고자 하는 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드릴, 베이비, 드릴”을 통해 `우리 발 밑에 있는 액체 금'에 접근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결과는 미국의 전기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을 더 쉽게 유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기술적으로 채굴 가능한 원유 자원이 3,600억 배럴, 기술적으로 채굴 가능한 천연가스 자원이 약 3,000조 입방 피트에 달하며, 이는 미국내에서 사용하고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하기에 충분한 양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신규 천연가스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외교적 실익도 대단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더 많은 화석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세계은행과 기타 국제기구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신흥 경제국의 화석 연료 발전소에 대한 대출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는 이러한 상식적인 변화를 추진함으로써 신흥국 경제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즉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이전에 시도된 그 어떤 원조 프로그램보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빈곤에서 영구적으로 구제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댄 설리번 미국 상원의원이 CSIS 개최 세미나에서 알래스카 자원 개발과 동맹관계 발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중국리스크 완화...관세문제 풀어가는데도 도움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인 중국과의 탈동조화도 에너지 가격과 세율 인하로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는데, 새로운 길을 통해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 에너지 수출 시장, 새로운 에너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동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 5일(현지시간) 개최한 `한미일 동맹간 에너지협력'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한 댄 설리반 의원(상원, 알래스카)의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알래스카 LNG 개발과 LNG가스를 한국·일본·대만으로 수출하는 에너지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알래스카 북극지역에 엄청난 양의 광물과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알래스카의 자원과 그 잠재력을 풀어놓으라'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알래스카 LNG 개발은 세계에서 가장 큰 LNG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알래스카 북극지역에 매장된 가스를 개발하면 일본까지 7일, 한국까지 7.5일이면 공급할 수 있다며 일본·한국·대만이 미국 가스를 수입한다면 중국의 위협이 있을때 미국 함정의 호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해군이 호송하는 선단이 있다는 것은 대만해협 충돌같은 지정학적 위기를 낮추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신의 한 수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한국이 미국의 자원을 수입해 간다면 대미흑자로 인한 무역갈등을 풀어나가는 해법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미국이 재생에너지 대신 석유나 가스같은 화석연료로 방향을 틀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기류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중국의 산업 발전이 더뎌질 것이라는 예상이 벗어나면서 미국 입장에서 지구온난화 이슈가 더이상 효용성이 없어진 점도 석유가스 개발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현재 전기자동차 태양광발전 등 그린테크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