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헌법에서 금지한 대통령 3선 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NBC 뉴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50여일 지났지만 트럼프가 주도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행보는 거침없다.
관세, 조선해운, 석유가스, 정부효율화,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장악,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압박 등 전세계 외교안보와 교역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면서 `국제 빌런'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지만 미국민들의 생각은 다른듯 하다.
유일한 경쟁 상대인 중국의 굴기를 막고, 미국의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트럼프의 행동에 대한 긍정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조선 해운 석유가스개발 등 해양 관련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 해양수산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정책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데다 손익계산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수산부가 기업들을 적극 동원하는 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조심스런 접근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이슈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때를 대비해 우리의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데, 해수부의 동향에서 그런 치열함이 읽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취임 50여일만에 완전히 달라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한 각종 정책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2차세계대전 이래 지금까지 세계는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하는 대신 달러패권을 인정'해 왔는데, 미국이 국제질서 유지의 책무를 벗어던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혈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를 공언하는가 하면 2월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결의안에 반대했다.
우방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관세를 매기고, 영토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기후변화에 대해 `사기'라고 규정하면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언급하고,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석유가스) 채굴을 독려하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핵펀치를 날리고 있다.
트럼프 정책은 모두 중국의 굴기에 대한 경계심에서 시작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후 제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전방위적이다. 관세의 경우 부과를 언명했다가 곧이어 취소하는 등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바로 미국의 경쟁자로 뚜렷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트럼프는 취임직후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적용했고, 3월 들어서는 10% 관세를 추가했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에는 25% 관세를 매겼다.
또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를 수입하는 나라의 제품에 대해서는 4월 2일부터 관세 25%를 추가한다고 선언했다. 이 역시 베네수엘라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일본·베트남·한국·대만 등 중국과 인접하거나 국경을 맞댄 나라에 대해선 아직 관세 압박이 없다.
대신 `미국 국방의 최대 현안은 대만을 지키고, 본토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을 포함한 그 밖의 우방국들에 대해 `자신의 영토를 지키는데 있어 더 노력하라'는 것이다.
쇠락한 미국의 해운·조선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누르고 패권국가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해운·조선 분야일 것이다.
미해군이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64척이 퇴역할 예정이다. 항공모함 1척을 포함해 LA급 잠수함과 순양함들이 대거 포함된다.
현재 미국 해군은 모두 295척의 전함으로 구성돼 있는데, 미 해군은 미래 함대에 대한 목표 분석서에서 381척의 유인 전투함과 134척의 무인 수상 및 해저 함정으로 구성된 함대를 건조하기를 원한다고 돼 있다.
미해군은 2025년 6척, 2026년부터 2029년까지 51척을 구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030년부터 2054년까지 해군은 307척을 추가로 구매해 향후 30년 동안 총 364척(연평균 약 12척)을 구매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미해군 조선소 현대화 계획은 사실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한화에 맡겨진 미 해군함정의 보수 프로젝트는 많은 걸 시사한다.
벗겨진 페인트을 다시 칠하는 등 유지보수를 위한 용역이었지만 내부 기관까지 손을 봐야했기 때문에 수선비는 더 들고, 사업기간은 더 길어지면서 사업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상선대 확보 전략도 우리에게는 호재다.
미국은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는 글로벌해운사에 입항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국에게는 위기이자 기회
미국은 `중국과 전쟁상황을 가정했을 때 군함 건조 및 수리, 군수물자 수송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찬가지로 전시상황을 가정했을때 해운물류 분야의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미국 국적선사를 만들고, 전략상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 한국의 선사가 미국에 자회사를 만들어 미국 해운물류업을 미 국적으로 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또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처럼 조선 분야에서 역할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해안에 위치해 과거 조선산업이 활발했던 여러 주들에서 한국의 조선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전언이다.
해양 분야 대미협력 마스터플랜 만들어야 할 때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해양'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제기하는 파나마운하 문제나 그린란드 문제, 알래스카 LNG, 해저 석유개발 등에서 해수부가 적극 나설 수 있고 또 나서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게 `강건너 불 구경'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최근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사업에 일본과 한국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애드벌룬을 띄울 정도로 트럼프의 관심이 큰 사업"이라며 "해수부도 알래스카 LNG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양 전문가는 "미국과 해운물류 동맹을 강화하고, 북극항로 개척에 보조를 맞춤은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는 포화상태로 할 일을 찾기 어려웠던 항만개발 사업도 알래스카 LNG 수출항, 니키스키항 개발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한국-알래스카 항로 주변 바다환경에 대한 해양자료를 확보하는 연구를 통해 양국간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정부 부처로서는 가장 막내이고, 정책수단도 기재부 산자부 외교부 등 `형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다만 `바다'를 둘러싼 국제기류가 바뀌고, 국가의 명운이 여기에서 갈리게 되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는 것 또한 명백하다.
해수부의 분투를 기대해 본다.
윤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