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초안 공개하는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워싱턴 EPA=연합뉴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첫 예산안 초안을 공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은 과학 기관에 대한 전례없는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과학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정책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네이처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은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다음 회계연도의 예산안에서 연방 과학기금에 대한 대폭의 삭감을 요구했다.
이 예산안은 모든 비국방 지출을 23% 삭감하되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56% 삭감,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약 40%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행정부가 기후 프로그램을 제거하려고 함에 따라 55% 삭감이 결정됐다.
이달 말 트럼프 행정부는 상세한 예산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은 미국 의회를 통과해야 확정되지만 많은 의원들이 트럼프의 권고에 동조할 조짐이 있어 상당 폭의 삭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 정책 전문가들은 이 예산이 젊은 과학자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정책 전문인 뉴욕시립대학교 마이클 루벨은 "이 사건이 젊은 과학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 나라가 당신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내가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당장 이곳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 지원 예산을 삭감하려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과학, 청정 에너지, 사회·행동·경제 과학 연구를 `급진적'이고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를 줄이는 것이 정부 지출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과학기관이 `과도한 규제'를 통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축소함으로써 기업과 산업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학지원 예산 삭감의 영향은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전염병 연구 및 대응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 질병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중단되면, 글로벌 공중 보건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
과학 연구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들면, 미래의 혁신 가능성이 낮아지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뒤처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처가 분석한 기관별 영향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트럼프의 제안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기초연구자금 제공자 중 하나인 국립과학재단(NSF)의 2026년 예산은 2024년 예산에 비해 약 절반 수준인 약 50억 달러가 감소할 예정이다. 예산은 기후 과학, 청정 에너지 및 사회, 행동 및 경제 과학을 대상으로 한다. 인공지능(AI) 연구와 양자과학에 대한 자금 지원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2025년 약 480억 달러에서 2026년 약 270억 달러로 약 40%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세계 최대의 생물의학 연구자금 제공자인 국립보건원(NIH)으로서는 역대 가장 과감한 삭감이 될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 96억 달러를 3분의 1로 삭감하고, 만성질환 예방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일부 사업을 폐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 NASA의 예산은 2025년 수준에서 24.3% 감소하여 2026년 188억 달러가 될 것이다. 이는 가장 큰 단일 연도 삭감이다. 천체물리학, 행성과학, 지구과학 연구를 포함한 NASA의 과학 부문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취소 대상이 된 프로젝트 중에는 기후 모니터링 위성과 로봇 우주선을 사용하여 화성에서 암석 샘플을 가져오는 계획이 있다. 제안된 예산안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지만, 달과 화성 탐사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이는 중국보다 먼저 달과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겠다는 미 행정부의 우선순위와 일치한다.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 환경보호국(EPA) 예산은 거의 55% 삭감되어 42억 달러가 될 것이다.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25년 기금이 2026년 15억 달러로 최소 25%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삭감액은 더 클 수 있다.
이현주기자